brunch

진짜 마기꾼은 누구인가?

by 최환규

얼마 전부터 ‘마기꾼’이란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친 말로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 외모 차이가 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이다. 마기꾼은 마스크 쓴 사람 스스로가 아니라 제삼자가 주관적으로 상대의 외모를 평가한 말이라 마기꾼이란 단어는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불편한 신조어이다. 설사 마기꾼이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마스크를 썼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진짜로 경계해야 할 마기꾼은 따로 있다. 며칠 전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계산대에 있던 중년의 여성이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다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가자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의 상황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타고 있던 여성이 급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마스크를 쓰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성에게 “마스크를 쓰기 싫으면 당당하게 그냥 있으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하냐?”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가만히 서 있다가 아파트 현관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이 사람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서있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편의점이나 아파트 공용 엘리베이터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지적하면 내가 위험에 노출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 전파력에 주는 영향력과 같은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 필자의 관심은 전염과 관련한 내용이 아니라 ‘마스크 사용에 관한 규칙 준수’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많은 직장인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상사나 동료의 행태에 분노를 드러냈었다. 경영진이나 부서장처럼 직위가 높은 사람 중에는 회사의 규칙을 어기는 것이 자기 권리 혹은 권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출근 시간에 지각하는 부서원은 혼내면서 자신의 지각은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근무시간에 부서원이 딴짓하면 혼내면서 자기는 온종일 골프 채널을 시청하고, 자기는 업무를 몰라도 괜찮고 업무 경험이 부족한 부하에게는 그런 것도 모르냐고 난리 치는 부서장도 있다. 조직원은 부서장의 이런 모순된 언행을 경험하면서 조직에 애정을 갖기란 쉽지 않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조직에서 돈을 횡령하는 사람보다 더 해로운 사람은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다. 위의 마기꾼 같은 사람이 회사의 규칙을 어기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에 동참한다. 이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직의 질서는 무너져간다. 이렇게 무너진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규칙 앞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마스크 착용은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잠시 벗는 순간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규칙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규칙을 조금 어긴다고 조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순간 조직의 질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규칙이라도 서로 지킬 때 공동체가 유지된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마기꾼과 같은 행동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할 때 조직은 유지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과 향상을 바라는 상사에게 필요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