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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는 술이 아니라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by 최환규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 중 ‘의리 게임’이 있다.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팀을 나눈 다음 큰 잔에 술을 가득 채운다. 팀원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자신의 재량껏 술잔의 술을 마시면 된다. 단순하게 술을 마시는 놀이에 ‘의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자기 행동에 따라 다른 팀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의리’의 뜻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이다. 의리 게임에서 정해진 양의 술을 팀원들이 모두 마셔야 하는데 앞 순서의 사람이 술을 적게 마시면 뒤에 있는 사람이 마셔야 하는 술의 양은 점점 많아진다. 심한 경우 잔에 있는 술을 한 사람이 전부 마셔야 하는 일도 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배려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게임이라서 이름을 ‘의리 게임’이라고 정했다고 생각한다.


의리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먼저 마시는 사람이 많이 마시게 되면 뒤에 있는 사람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뒤로 갈수록 부담은 늘어간다. 자신이 포기할수록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이 게임의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향한 배려가 많을수록 게임이 수월해지게 된다.


의리 게임은 술자리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단체급식의 경우 식사할 사람의 수에 따라 반찬의 양을 정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맛있는 반찬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평소보다 많은 양을 그릇에 담게 된다. 만약 앞에 선 사람들이 그 반찬을 많이 가져갈수록 반찬이 줄어들면서 뒤의 사람들은 그 반찬을 적게 담거나 반찬이 떨어져 아예 먹지 못하는 예도 있다. 의리 게임과는 반대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의리 게임에서 참가자의 태도는 다른 팀원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맛있는 반찬이 1인분만 남아있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맛있는 반찬을 남기겠지만, 모르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친한 사람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리 게임은 업무에도 적용된다. 새해가 되면 모든 회사에서는 일 년 동안 해야 할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부서별로 해야 할 일들이 나누어지고, 부서에서는 부서원들에게 그 역할을 맡기게 된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직원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그 사람이 달성하지 못한 만큼 회사의 실적은 줄어들게 된다.


세일즈 부서의 경우를 보자. 회사의 목표가 정해지면 각 부서별로 목표를 배분하고, 목표를 받은 부서에서는 다시 세일즈맨들에게 개인별 목표를 정해준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세일즈맨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회사의 목표가 달성된다. 만약 세일즈맨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목표는 동료 세일즈맨의 몫이 되면서 동료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조직에서 업무가 특정인에게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일을 잘하기에 많은 업무를 맡기기도 하지만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조직원의 업무를 대신해야 해 항상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관련된 모든 조직원은 불편해지고, 서로를 원망하면서 조직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게 된다.

의리 게임에서 마셔야 할 술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회사에서는 해야 할 업무의 양이 정해져 있다. 의리 게임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해 최선을 다해 마셔야 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모든 업무는 수행 과정에서 개인의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특히 힘들지만 별로 생색이 나지 않는 업무일수록 맡기를 싫어해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쉽게 생색나는 업무를 할 궁리만 한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상사에게 아부하면서 줄을 타려고 한다. 조직에서 가장 빨리 퇴출당하여야 할 유형의 사람이다.

조직에서의 의리는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술자리에서만 찾는 의리는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으로 회사를 위하고 동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업무 수행을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다면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동료에게 도움은 베풀면 자신이 힘들 때 그 동료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이런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면 그 조직이 건강해지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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