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년의 수명을 가진 솔개는 40살 정도가 되면 발톱이 노화되고, 부리가 길게 자라나 사냥감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깃털도 두꺼워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솔개는 그대로 죽을 날만 기다리든지 아니면 갱생의 과정을 견뎌낼 것인지에 대한 중요하고 고통스러운 결심을 해야 한다.
솔개가 갱생의 길을 선택하면, 자신의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를 깨뜨려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도록 해야 한다. 부리와 마찬가지로 발톱과 깃털도 피가 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디면 솔개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부리와 발톱, 깃털을 가지고 다시 30년의 수명을 더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솔개와 관련된 이 글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글이다. 이 글은 사람들에게 ‘성장에는 고통이 따른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와 같은 메시지를 던져주어 많은 사람이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솔개에 대한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은 상당 기간 묻히고 말았다. 아마도 글의 내용이 좋아 내용의 진위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 글의 내용이 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여러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도가 훌륭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내용의 글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위에 소개된 글과 같이 정확한 근거도 없이 좋아 보이게 만든 정보가 책, 카페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안아키(아이 약 안 쓰고 키우기)’ 사례이다. 이 사례는 자신의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키우려는 부모의 바람이 아이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남긴 사건이다. 항생제와 같은 약의 부작용을 우려하던 부모에게 약을 전혀 안 쓰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교묘하게 움직였다. 많은 부모가 안아키에서 주장하는 내용대로 아이에게 극단적 자연치유 요법을 실천했지만,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에게 남겨진 것은 몸과 마음의 상처뿐이었다. 그 결과 카페 운영자는 법의 심판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지금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민간요법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안아키 사건의 경우에는 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경우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암과 같이 치유가 어려운 질병일수록 민간요법에 기대는 경우가 흔하다. 가족으로서는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만 들리면 무슨 방법이든 사용하고 싶어진다. 심지어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의사의 눈을 피해 병원 치료와 민간요법을 같이 하는 일도 있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의사를 믿고 의사에 지시에 따르는 것이 완치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수시로 강조하기도 한다. 잘못된 방법을 사용할 경우 환자를 살리겠다는 믿음이 오히려 환자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 힘든 상황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좋아 보이는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
정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게 되면 정보의 검증은 쉽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머릿속에 먼저 자리를 잡게 되면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내용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를 대하는 이런 태도는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상장을 준비 중인 어떤 회사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제품이 출시만 되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한 사람 중에는 바라는 대로 돈을 벌기는커녕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정보는 지라시라고 불리는 어둠의 경로로 전파되는 경우가 있다. 좋아 보이는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회사의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지금쯤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이럴 때 회사의 경영에 도움이 될만한 좋아 보이는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미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환호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며, 근거가 있느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획은 달성하기 어렵게 되고 심한 경우 회사가 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힘든 상황이 되면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좋아 보이는 정보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아무리 좋아 보여도 오아시스가 아니라 신기루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