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갈등의 원인
유명인들이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한다. 이런 기사처럼 성격 차이가 불화를 만들고 이로 인해 이혼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만약 이혼이나 갈등의 원인이 성격이 달라서라면 성격이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 갈등의 원인이 성격 차이라면 같은 성격끼리 만나 결혼하면 갈등 없이 사랑으로 가득한 결혼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문제는 성격이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가정의 불화는 성격 차이보다는 ‘부부의 노력 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맞벌이하는 부부라면 가사노동도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은 여성이 남성보다 독박 육아를 하거나 가사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현실이다. 부인이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남편이 TV를 보면서 외면하거나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부부가 다툰다면 이 다툼은 성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럴 때 시어머니가 남편 편이라도 든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 부부 사이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불화의 골이 깊어진다. 만약 두 사람의 성격이 극과 극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차이는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 이처럼 가족 갈등의 원인에는 성격 차이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 부족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노력 부족과 함께 남 탓하기는 갈등 예방과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직원이 조직을 비난하는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참석한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중 참가자 A도 있었다. A는 자기 회사를 소개하면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 제목을 패러디해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한다”라고 자기가 속한 조직의 부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참가자들에게 전했다. A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답답함을 하소연하기 위해 자기 조직의 분위기를 소개했을 것이다.
A처럼 조직원의 뒷담화는 조직 갈등의 전형적인 전조 현상이다. 상사와 동료 등을 험담하는 이유는 ‘(상사를 포함한) 상대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상사를 험담하는 부하는 상사의 의사결정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고, 동료는 자기보다 상사와 친하거나 일을 잘하고 업무성과가 높기 때문이다. 결국 내 마음대로 상대를 통제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나 상대에게 열등감을 느낄 때 상대를 욕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주변 사람의 일방적인 편들기도 갈등 해결을 어렵게 한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A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A를 나쁜 회사에 다니는 착한 직원으로 대한다. 하지만 A가 100% 객관적인 정보만 전달했다면 A가 피해자라는 판단이 맞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A의 편에 서서 하는 조언은 실제로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갈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A가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갈등 예방과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원인이 나 때문’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담당자는 설사 억울하더라도 먼저 미안하다는 사과부터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담당자가 진짜로 문제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하다면 뒷담화 대신 자신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건설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른 사람을 험담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모두가 바라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갈등에 관한 지식은 갈등 예방과 해결에 도움이 된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는 사람은 투자에 앞서 이론 공부를 하는 것처럼 갈등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쏟는 관심이나 노력의 반만이라도 갈등의 이해와 예방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갈등으로 인한 고민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이 갈등의 원인이 아닌지 수시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동료의 말과 행동에 담긴 속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갈등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처럼 직장인은 자기가 몸담은 조직의 분위기에 민감하다. 칭찬 대신 질책만 있는 조직이라면 조직원 대부분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조직에서 벗어날 생각만 할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조직원은 자기 능력을 발휘하기도 어렵고, 발휘하고 싶지도 않다. 그 결과 그 조직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는 나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조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원인의 중심에는 갈등이 있다. 필자가 갈등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교육생들에게 ‘갈등은 선물이다’라고 소개했다. 일부 교육생에게는 평생 들어본 말 중 가장 뜬금없는 소리로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조금만 살펴보면 갈등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유익한 영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바퀴이다. 자동차 바퀴는 마찰이 없는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지만, 적절한 마찰이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잘 달린다. 이처럼 갈등의 결과는 항상 해롭지만 않은 것이다.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MBTI를 활용해 갈등 교육을 하고 있다. 이때 강사 중에는 ‘다른 사람과의 다름’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설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성격이 같은 사람은 없다. 심지어 쌍둥이도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갈등의 원인을 성격 차이라고 한다면 갈등 없이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사는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와 함께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를 조직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생각한다. 물론 인간관계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는 갈등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부서에 배치된 동기는 같은 업무로 경쟁시키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이때 두 사람의 눈에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속담처럼 상대가 맡은 업무가 실적 챙기기가 더 좋아 보이는 착각이 일어난다. 이럴 때 ‘업무를 배분한 상사가 나를 싫어한다’라고 착각하면서 뒷담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공정성 상실은 조직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모든 조직에서 부하보다 상사의 권한이 커 상사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부하보다 더 많다. 상사의 특정인에 대한 편애나 불만과 같은 불공정한 태도는 조직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와 함께 업무 배분이나 평가와 같은 상사의 위임받은 권한도 상사의 업무 처리 방식에 따라 갈등의 원인이 된다. 만약 상사가 조직이 아니라 본인의 위임받은 권한을 공정하지 못하게 사용한다면 그 상사는 조직을 해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조직원의 노력도 갈등 예방에 중요하다. 처음부터 부하를 미워한 상사는 없을 것이다. 부하가 최선을 다한다면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상사는 그런 부하를 아낀다. 힘든 노력 대신 상사나 동료의 뒷담화를 선택한다면 그 조직원은 조직을 분열시키는 원인인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나의 선택’이 중요하다. 조직원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내가 원인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조직원의 생각으로부터 다름이 아니라 ‘같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갈등은 기피의 대상이다. 피하지 말고 즐기라는 말처럼 ‘갈등은 발생할 수 있고 나는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라는 확신을 한다면 갈등 해결이나 예방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