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용실에 다녀왔다. 같은 머리 모양을 굉장히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어 미용실에 가더라도 특별히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갈 때마다 의사결정을 위한 두 가지 질문을 늘 받는다. 의자에 앉으면 “손님, 어떤 스타일로 자를까요?”라는 첫 번째 질문을 받게 된다. 머리를 자르고 나면 머리를 감게 된다. 의자에 눕고 나면 미용실 직원이 생각하는 적정온도의 물을 손님의 머리에 적신 다음 “손님, 물 온도는 적정하세요?”라는 두 번째 질문을 받는다. 손님이 차다고 하면 온도를 높이고 뜨겁다고 말하면 온도를 낮추면서 손님이 원하는 적정온도의 물로 머리를 감기게 된다. 아마도 이런 경험은 누구라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미용실 직원의 행동에는 하나 빠진 것이 있다. 손님은 미용실 직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한 적정온도의 물로 머리카락이 젖고 난 다음에야 온도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 만약 처음 온도가 손님에게 맞지 않았다면 손님이 불쾌한 경험을 하고 난 뒤이다.
반대로 미용실 직원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따른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머리를 감기기 때문에 손님마다 다른 적정온도 찾기가 어려워서 자기 나름의 기준 온도를 정한 다음 손님이 원하는 물 온도를 말하면 그에 따라 온도를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바람과 다른 온도의 물로 인한 불쾌한 경험을 한 손님은 직원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일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쉬운 방법의 하나는 머리에 물을 적시기 전에 손님에게 적절한 온도에 대해 질문하면 된다. 손님이 머리를 감기 위해 의자에 앉으면 “물 온도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는다. 손님의 대답에 따라 물 온도를 조절하면 손님의 불만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하면 직원이 손님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을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자기 나름의 해석’으로 인한 문제는 일상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아이가 책상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으면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한눈판다고 생각해 아이에게 공부에 집중하라고 야단치는 모습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숙제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는 중이었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쓸데없는 데 시간을 쓴다고 타박받으면 억울할 것이다.
질문은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다. 아이가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으면 야단을 치기 전에 가까이 다가가 “뭘 찾는 거야?”라고 물어보자. 아이가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면 격려를, 시간 보내기를 하면 학습에 집중하도록 만들면 된다. 이처럼 질문은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자기 나름의 해석’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갈등 요인 중 하나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상사는 자기 아이디어를 정리하지 않은 채 부하에게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의 아이디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기 때문에 부하는 상사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기 어렵다.
이런 경우 부하는 상사의 의도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게 된다. 부하는 내용이 부실한 상사의 지시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어떤 경우에는 상사의 의도를 해석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동원하고 있다. 부하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상사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자기 나름의 해석’을 막는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다. 부하는 상사에게 자주 질문하면 상사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하는 상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상사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하는 보고서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하는 수시로 상사와 대화하면서 보고서 완성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상사도 부하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상사가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한 다음 부하의 이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부하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상사는 부하가 자신의 의도와 같은 대답을 하지 못하면 업무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상사와 부하가 이런 방법으로 확인하면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