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대형마트에서 한 잔 분량의 작은 병으로 포장되어 있는 포도주 2병을 샀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계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계산을 하던 아주머니가 작은 포도주 병을 한참 쳐다보면서 계산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 포도주에 무슨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가 포도주병을 주면서 “바코드 숫자를 좀 읽어 주시겠어요?”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계산 시간이 지체된 이유는 포도주 병의 크기가 작아 바코드와 바코드에 인쇄되어 있는 글씨가 읽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기 때문이었다.
아주머니로부터 병을 넘겨받아 안경을 벗은 채 병을 눈앞에 가까이하면서 겨우 바코드 밑에 인쇄된 숫자를 그 아주머니에게 불러주었다. 계산을 마친 아주머니는 “도움을 준 감사의 표시입니다.”라고 하면서 종이 쇼핑백을 계산대에서 꺼내 주었다. 아마도 쇼핑백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보고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계산원인 아주머니도 속으로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손님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몇 번이나 입력한 숫자가 계속 틀렸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고객으로부터 “계산이 왜 이렇게 늦어져요?”라는 말이라도 듣게 되면 흔히 말하는 멘붕(멘탈 붕괴)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트레스 상태가 되거나 실수가 반복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이 아주머니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노력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행동을 멈추고 생각하는 것’, ‘고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그리고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이 세 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몇 년 전 일요일 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개그콘서트에 ‘깐죽거리 잔혹사’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의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란 말을 사용하면서 반응을 보였다. 이 말은 지금도 사람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 말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여유를 갖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멈춤’이 필요하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되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한다. 이럴 때 무엇인가를 하려고 행동하게 되면 문제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를 갖는 것이 스트레스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된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은 스트레스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는 동안 행동을 멈추었을 때의 이득을 설명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아주머니가 손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지금 글씨도 읽지 못하면서 계산을 하겠다고 있는 것인가요?”와 같은 손님의 질책을 각오했을 것이다.
효과적으로 요청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앞의 사례에서 자신이 숫자를 읽기 어려워지자 고객에게 “바코드 숫자 좀 불러주세요”라고 부탁을 했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상대방이 들어주었을 때 상대방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앞의 아주머니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고객에게 감사의 표시로 쇼핑백을 주었다. 비록 사소한 친절이지만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기분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호성’이 작용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돌려준다. 내가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 상대방 또한 그에 해당되는 따뜻한 마음을 돌려준다. 상호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상대방에게 도움이나 고마움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