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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도덕성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인다

by 최환규

몇 년 전 경찰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베테랑’이라는 영화로 광역수사대 형사가 유아독존 재벌 3세의 범법행위를 처단하는 내용이다. 드라마는 ‘정의롭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찰 아줌마의 활약’을 그린 ‘미세스캅’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면 주인공들의 상사는 범죄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하의 업무를 방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라마 첫 회에 상사인 과장이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장면이 있다. 과장은 뇌물의 대가로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부하의 수사를 사사건건 방해하게 된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재벌로부터 로비를 받은 상사들이 재벌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의 수사를 가로막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상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부하의 업무를 방해하면 부하는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 쓸데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부 고객보다 내부 고객을 설득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처럼 내부에서 에너지를 써버리면 외부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가 어려워진다.


상사의 부적절한 행동은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처럼 상사가 부하의 업무 수행을 도왔다면 부하는 훨씬 수월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부하가 상사의 도움을 충분히 받으면서 일을 해도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데 방해를 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부하의 업무를 방해하는 상사의 행동은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로 설명할 수 있다. 매슬로 박사는 사람의 욕구는 타고났으며 행동과 동기를 제공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매슬로 박사는 욕구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했으며 욕구의 충족 여부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부터 높은 단계로 성장해 간다고 설명한다. 즉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1단계 ‘생리적 욕구’는 주로 먹고 자는 등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최하위 단계의 욕구이다. 2단계는‘ 안전의 욕구’로 추위, 질병과 위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욕구이다. 경제활동의 주된 이유인 의식주 해결이 이 단계에 속한다. 3단계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로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애정을 주고받고자 하는 욕구이다. 4단계는 ‘자기존중의 욕구’ 혹은 ‘존경의 욕구’로 자신감, 성취감, 지식과 독립심과 같은 자기존중에 대한 욕구이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이다.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재능과 잠재능력을 발휘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는 최고 수준의 욕구이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하위 욕구, 소속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그리고 자아 실현의 욕구는 상위 욕구로 분류하고 있다. 하위 욕구는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본능적인 욕구이고 상위 욕구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충족할 수 있다.


매슬로 박사는 일반적으로 상위 욕구와 하위 욕구가 충돌하면 하위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을 먼저 선택한다고 한다. 드라마 속의 상사는 뇌물을 받는 순간 조직을 배신하게 되고 조직원으로부터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게 된다. 반면 상사는 부탁의 대가로 뇌물을 받아 경제적인 이익을 얻으면서 하위 욕구인 ‘안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상사는 뇌물을 준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부하의 수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방해하고 있다. 상사는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만들어 수사를 방해한다. 이런 상황은 상위욕구와 하위욕구의 충돌로 인한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갈등 상황은 상사나 부하 그리고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리더의 부도덕한 행동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실로 엄청나다.


뇌물을 받는 목적 중 하나는 돈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 상황 독촉을 받는 사람은 대출금을 갚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된다.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뇌물을 거절하고 떳떳하게 사는 ‘자아 존중의 욕구’ 충족과 뇌물로 대출금을 갚아 금융기관의 독촉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안전의 욕구’ 충족이 충돌하게 된다. 뇌물을 받는 사람은 하위 욕구 충족을 먼저 선택한 사람이고, 뇌물을 거절한 사람은 상위 욕구를 충족한 사람이다.


뇌물을 주는 사람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선물을 받는 사람은 인품이 뛰어나거나 권한이 있는 사람이다. 상대방에게 순수하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은 ‘선물’이지만 대가를 바라고 보내면 ‘뇌물’이 된다. 뇌물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뇌물과 존경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혼자만의 생각이다.


뇌물과 비슷한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아부’가 있다. 아부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뇌물과 마찬가지로 아부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착각하게 된다. 아부에도 대가가 따른다. 아부를 통해 리더의 권한을 빌린 아부꾼은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고 한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는 속담처럼 리더의 권한을 마치 자기 것 인양 휘두르게 되면 조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고 리더는 신뢰를 잃게 된다. 신뢰를 잃은 리더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조직은 뇌물에는 엄격한 반면 아부에는 관대하다. 조직의 분위기가 아부꾼을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아니라 ‘처신을 잘하는 사람’으로 대하면 조직과 리더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뇌물은 은밀하게 전달되기에 소수의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지만 아부는 공개적이라 조직의 모든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부꾼이 인정을 받는 순간 모든 조직원에게 ‘승진을 위해서는 아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아부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정당하게 승진을 한 사람에게도 ‘아부를 얼마나 했으면 승진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아부가 통하는 조직 분위기에서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아부꾼들의 수는 늘게 된다. 조직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져 결국에는 망하는 길을 가게 된다.


많은 리더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입에 발린 소리나 돈의 유혹을 받는 순간‘아, 내가 이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착각하게 되면서 추락이 시작된다. 드라마에서 아부를 한 사람이나 뇌물을 준 사람이 뒤돌아서는 순간 다른 표정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뇌물을 주는 사람은 뇌물의 가치 이상으로 대가를 원한다. 아부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아부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계속 아부를 하겠지만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본심을 드러낸다. 조직의 리더들이 은퇴하고 난 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 중에 아부 꾼이 없는 것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부였기 때문이다.


뇌물이나 아부는 개미지옥과 같다. 개미지옥에 빠지기는 쉬워도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속담처럼 주변에서 들리는 달콤한 소리는 ‘나를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함께 근무하는 조직원뿐만 아니라 가족의 도움도 필요하다. 가족으로부터 금전적인 압력을 받는 사람이 유혹의 손길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지위가 높을수록 주변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끔 리더에게 “회사에서 리더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부하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불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승진을 했다는 의미는 자신에게 책임과 권한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책임과 권한은 균형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책임보다는 권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책임과 권한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뇌물이나 아부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권한이 많아진 사람은 자신이 권한을 쓰는 방법에 대한 성찰을 수시로 해야 한다. 승진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 일부 리더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승진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리더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에게 실망하면서 더 이상 도움주기를 포기하게 된다. 이럴 때 아부꾼이 접근해 주변 사람들이 비워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뇌물이나 아부에는 뒤탈이 따른다. 조직에서 성과를 높이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조직원의 도덕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아무리 업무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그 사람은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된다. 건강한 조직 문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직원들의 도덕 수준이 높을수록 뇌물이나 아부라는 바이러스의 침투는 어려워지고 조직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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