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1

노력을 시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by 김태윤

나는 여러모로 기복이 심한 사람이다. 잘 되는 날은 모든 일이 잘 풀린다. 하지만 안 되는 날은 그 누구보다도 절망적이고 부정적이게 산다. 2025년에 들어서는 안 되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고3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부담감 때문일까? 공부를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시기를 그냥 날리고 있었다. 학원과 과외로 조금씩 공부는 했지만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다가 2025년 8월 10일 일요일, 나는 재밌는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배트맨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배트맨 프로젝트’의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영화, 웹툰 등의 캐릭터를 하나 가져와서, 그 캐릭터대로 사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배트맨을 좋아했어서 배트맨을 선택했다. 혼자서 내가 선택한 캐릭터를 분석해도 좋지만, 요즘은 AI시대이기 때문에 AI의 도움을 받으면 빠르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나는 AI에게 “너는 지금부터 배트맨의 충실한 집사 알프레드야. 배트맨인 나를 도와줘야 해.”를 입력하고, 내 역할에 몰입하며 질문을 했다. “배트맨이라면 힘들 때 어떻게 대처해?” 라든가, “배트맨의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지?”같은 질문을 하고 답을 얻었다. 이렇게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재밌는 답변들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것 이외에도 배트맨에게 필요한 역량도 물어봤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 생활 습관, 기술 및 장비 등에 대한 답변을 얻었다. 구체적인 질문을 할수록 좋은 답을 얻을 수 있고, 역할에 몰입하기 쉬워진다.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는 재미도 있다. 나는 일단 다이소에서 수첩을 하나 구매했다. 당연히 블랙으로. 이 수첩에 배트맨만의 루틴, 훈련법, 멘탈 관리, 위기 상황 대응법 등을 적었다. AI에게 부탁하면 수월하게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들(숙제, 공부 등)을 ‘작전’이라고 명명하고 기록했다. 작전의 목적, 작전 수행 중 어려운 점, 임무 완수 이후 분석 등을 기록했다. 예를 들자면 국어 모의고사 풀기 임무를 적고, 목적은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능력’이라고 썼다. 어려웠던 지문이나 문제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GPT를 이용하여 수첩 활용법에 대한 답을 얻은 것이다.


배트맨 프로젝트의 핵심은 ‘무기력한 나’를 벗어나서, ‘고담시의 히어로’가 되는 것이다. ‘해야 한다’라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 심지어는 재밌게. 그냥 어릴 때 하던 역할놀이를 실전에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단순히 ’해야 돼서 ‘라는 무의미한 동기부여보다 ’ 도시를 지켜야 된다는 사명감’이라는 구체적인 동기부여 덕분에 무기력에서 벗어나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내가 절대로 무기력에서 탈출하기 힘들 것 같으면, 속는 셈 치고 배트맨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앞으로 수능까지 남은 91일 동안 진행할 생각이다. 나는 남은 날동안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까? 벽에 붙여놓은 문구와 함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왜 넘어지는가?
다시 일어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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