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버티기로 했다

by 말 없는 나무

급하게 일을 구하고 급하게 퇴사한 게 벌써 두 번째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 경력이 될까, 나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

병원만 세 번째였다. 이 자격증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내 능력에 스스로 의심이 들었다.


퇴사 후 한 달도 쉬지 못하고 다시 일자리를 구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쉬기로 했다. 실업급여에 대해 공부하고, 신청도 해봤다.

신청서를 내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는 지금이 후회됐다.

‘그냥 지방에 남았으면 괜찮게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남 탓, 환경 탓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결국 문제는 나였다.

주눅 드는 성격, 변화를 두려워하는 습관.

고치면 되는 걸 알면서도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며 살아왔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두 달을 쉬었다.

구직활동을 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취업 앱을 열어 이력서를 넣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나를 뽑아줄까?’

그래도 일은 하고 싶었다. 집에만 있으니 하루하루가 더 무거워졌다.

며칠 뒤, 첫 면접을 봤던 병원에서 합격 연락이 왔다.


새로운 병원. 처음엔 두려웠다.

하지만 ‘남의 돈 버는 게 쉽겠어?’ 싶어 참고 배우며 버텼다.

혼도 나고, 동기도 생기고, 조금씩 익숙해졌다.

서울에 친구 하나 없던 내게 동료들이 생긴 게 기뻤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게 즐거웠고, 실수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점점 예전의 우울감은 사라져 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나고, 1년이 다가오자 또 불안해졌다.

‘또 무너질까 봐’ 그 징크스가 나를 흔들었다.

남자친구와도 잦은 다툼이 있었다.

일하는 시간, 자는 시간이 달라 서로가 점점 지쳐갔다.

주말엔 함께 있어도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사귄 지 3년이 넘자 설렘보다 익숙함이 앞섰다.

남들 앞에서는 여전히 다정한 연인처럼 보였지만,

우리의 관계는 이미 지쳐 있었다.


나는 늘 예민할 때마다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고, 집착이 심했다.

그게 습관이 돼버려, 결국 3년 가까이 이어진 연애는 그렇게 끝났다.

헤어지고 난 후 남자친구 짐이 모두 없어진걸 보니, 며칠간은 울기만 했다.

혼자 있는 게 너무 낯설었다.

‘앞으로 혼자 잘 지낼 수 있을까?’

외로움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일주일쯤 지나자 억지로라도 일상에 익숙해지려 했다.

소개팅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봤지만,

결국 전 남자 친구와 비교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이별을 통해 배운 게 있었다.

‘나는 이제 나를 더 아껴야 한다는 것.’


이별 후엔 일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실수가 늘었고, 동료들도 힘들어했고, 나 또한 지쳐있었다.

잦은 실수 탓에 실장님께서 면담하자고 하셨고, 면담 끝에 속으로는 퇴사를 결심했지만, 참고 실수 안 하겠다고 말해버렸다.

매일 출근길이 싫었고, 집에 돌아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게 단순히 이별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의 내 모습인 건지 헷갈렸다.

‘내가 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는 말,

사람들은 이해 못 하지만 내겐 익숙했다.

연애할 때마다 했던 말 —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2025년 1월이 시작되며 다짐했다.

이젠 실수를 줄이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자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내 삶을 조금씩 세워가자고.


그래, 이번엔

다시 버티기로 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