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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진 Mar 15. 2022

학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나?

사려 깊음을 배웠으면 좋겠다.

동동이 어머님, 대구 북부서 학교전담경찰관입니다. 문자 확인하시면 전화 바랍니다. 

대구 북부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 김인수...


오전에 이런 문자를 확인하고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일이지? 동동이가 다쳤나?' 


급한 마음에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했다.

'아! 한동이 어머니! 모르셨어요?'라고 말씀하시며 한동이가 쉬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모르는 형이랑 다툼이 생겼고, 그 형이 욕을 해서 한동이가 117에 신고를 했다고 하셨다. 아빠에게는 말을 했다고 하며......


요즘 남편과도 소통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 나는 아들이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 뭔가 마음에 돌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고, 왜 경찰서에서까지 부모에게 전화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경위하는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 학생 역시 117 신고가 된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보이고, 단순히 가해학생 학교에서 사안 조사하고 종결하는 모양새는 다시 재발이 있을 수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학생 간 만나서 약속 이행에 도달하는 프로그램인 '회복적 대화'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 참고하시고 만약 해당 프로그램을 원치 않으시면 상대 학생을 형사 처벌을 원치 않으시다면 학교 내에서 절차에 따른 처분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종결하도록 할 예정이다.'


나는 또 한 번 와! 하고 가슴으로 돌이 떨어졌다.

욕을 하고 작은 몸싸움이 일어나면 신고를 할 수 있고, 그것은 교사와 부모와는 상관없이 경찰이 개입된다는 것, 그것을 우리 동동이가 신고를 했다는 것, 나는 그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나는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남편은 알고 있었으며 크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엄마로서 나는 우리 아들도 걱정이었지만 상대의 아이와 엄마도 걱정이 되었다. 먼저 한동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하고 하던 일을 던져두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의 마음을 다 읽었는지 동동이는 "선생님도 엄마도 왜 사고받고 끝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울기 시작했다. 나도 순간, 아들의 마음을 어찌 알아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 아들이 이것이 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야 할지 몰라, 내 마음만 두서없이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아들을 진정시키고 저녁을 먹이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다시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 갔다.

나는 아들에게 차분히 모든 일은 대화가 가장 좋은 것 같다 그 형과 부모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동동이가 원하는 데로 처벌을 받게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약속시간을 잡아 보겠다고 하니 동동이는 형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고 했고 바로 전화를 걸게 되었다.

마침 학교에서도 상대의 부모님이 동동이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물어보았다고 하니 대화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그 형과 부모님은 한동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해 주었고 왜 그랬는지 그때의 감정도 이야기해 주었다. 한동이가 순간의 감정으로 그렇게 신고를 한 것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우리 동동이는 미소를 지으며 " 아! 이제 속이 좀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나는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신고를 한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한동이에게 크게 어려운 일이 아녔으며 이후 어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누군가를 처벌받게 하는 것에 대한 무게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이 앞서는 아직은 어린이라는 것도...


"어머니 요즘은 이런 일에 교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이미 교권이 사라졌어요."

경위님과 통화하면서 이런 말을 내게 전했다.


도대체 우리 아이는 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우지? 나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하는 큰 숙제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우리 교육은 너무 건강하지 못하다. 

이런 환경 속에는 부모로서 교사로서 나의 역할과 무게는 무엇일까?


다만 간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들은 우리의 아이들은 '경쟁' 밖에 없어 보이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조금은 더 따뜻하고, 조금은 더 사려 깊은 성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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