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박성진 시인 시, 평론


*시 전문 다시 보기


>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하얀 사크레쾨르 돔 아래

햇살은 흘러내리고

광장의 화가들은

붓 끝에 파리의 바람을 담는다


거리는 누군가의 꿈으로 깔렸고

사랑은 오래된 벽화처럼 바래갔다

한때 피카소도 이 언덕에 기대

눈물과 선을 섞었겠지


커피 한 잔에 녹아든 골목의 그림자

베르에 앉은 노신사는

지금도 화폭 속 연인을 기다리고


나는 오늘,

셀카봉 대신 시를 꺼내 들고

몽마르트르 언덕의 끝자락에

내 그림자를 살며시 얹는다


사랑도, 예술도

이 언덕에선 조용히 늙어간다

바람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언제나처럼 언덕을 오른다





---


1. 주제 분석 – 낭만과 회한의 중첩된 시공간


이 시는 단순한 관광지 묘사나 몽마르트르의 풍경 소개를 넘어서,

**"예술과 사랑의 유산이 시간 속에 어떻게 소멸 혹은 존속하는가"**를 질문합니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예술가의 유토피아였으나, 이제는 ‘관광 명소’로 변모했습니다.


시인은 그 속에서도 예술적 감수성과 낭만을 회복하고자 하며,

이를 **“셀카봉 대신 시를 꺼내드는 행위”**로 상징화합니다.



> "낭만을 소비하지 않고 기억하려는 시인의 태도"





---


2. 형식적 특성 – 현대시의 정갈한 호흡


이 시는 5연의 자유시 형태로 구성되며, 각 연은 3~4행의 짧은 구성으로 단락감을 줍니다.


정형시(시조)와 달리, 현대시 특유의 절제된 이미지, 의미의 여백, 시적 정지화면이 잘 드러납니다.



예)


> 하얀 사크레쾨르 돔 아래 / 햇살은 흘러내리고

→ ‘돔’과 ‘햇살’이라는 상징을 통해 몽마르트르의 신성성과 평온함을 직조





---


3. 상징 분석 – 공간과 감정의 매개


이 시에서 등장하는 사물과 장소들은 현실의 구체성과 내면의 감정을 동시에 반영합니다.


상징 의미


사크레쾨르 대성당 하늘 가까운 곳에 있는 신성한 공간, 파리 예술혼의 전시장

광장 화가들 예술의 흔적, 꿈의 직업이 현실의 생계로 전락한 상징

벽화처럼 바래간 사랑 시간에 의해 퇴색된 낭만

노신사와 화폭 속 연인 과거를 기다리는 인간, 기억 속에서 사는 자아

셀카봉 vs. 시 디지털 시대와 감성의 대립




---


4. 현대적 맥락 – 감성의 회복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현대적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는 여행지에서 과거의 감성을 되살릴 수 있는가?"


시인은 “소비형 관광”에 잠식된 몽마르트르에서,

다시 한번 감성적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회복하려 합니다.



* **"셀카봉 대신 시를 꺼내든다"**는 문장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서 기록이 아닌 기억, 사진이 아닌 시, 속도 아닌 정지를 추구하는 자세입니다.



---


5. 종합적 감상 – 조용한 저항, 시적 윤리


이 시는 어떤 정치적 목소리도 내지 않지만,

그 자체로 속도의 시대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업화된 예술지에서, 시인은 묻습니다.

“사랑도 예술도, 늙어간다는 것이 슬프기만 한가?”

→ 아니, 그것은 오히려 존재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입니다.


이 시의 결말에서


> “바람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 언제나처럼 언덕을 오른다”

라는 구절은,

예술과 인간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으며, 다만 조용히 이어진다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


*결론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는

예술의 도시가 가진 낭만과 상실을 동시에 품은 시이며,

현대의 시인이 어떻게 고전적 낭만을 재해석하고 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한 편의 에세이이자 선언문입니다.


디지털 시대 속의 아날로그 감성


소비와 기억 사이의 시적 균형


장소를 초월한 감정의 영속성



이러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감성적이면서도 사유적인 현대시의 본보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의성 유, 무에 관한 유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