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의 침묵

박성진 초록은 울지 않네

by 박성진

박성진 칼럼니스트



보석과 사람 〈에메랄드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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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


초록은 울지 않네

말없이 숲을 품고

고요를 품은 빛은

바람만 따라간다


속내를 감춘 듯이

투명한 채로 살아

흔들려도 부서질

눈빛은 지키련다


이슬로 스미는 상처

잎새는 말이 없다

침묵이 곧 단단한

에메랄드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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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박성진 칼럼니스트


〈에메랄드의 침묵〉은 말 대신 고요함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자의 품격을 노래한다. 에메랄드는 아름다운 초록색 보석이지만, 내부에 섬세한 결함(내포물, ‘자연의 숨결’)을 품고 있기에 더 귀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 존재다. 김은심 시인은 그 특성을 ‘침묵’과 ‘품격’으로 연결해, 인간 정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첫 연은 ‘초록은 울지 않네’라는 고요한 선언으로 시작한다. 슬픔조차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바람을 따르는 존재, 그것이 시인의 눈에 비친 에메랄드이다. 이는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세계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다.


둘째 연의 “속내를 감춘 듯이 투명한 채로 살아”는 에메랄드의 물리적 특성과 내면의 단단함을 대비시키며,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뒤에 있는 조심스러운 자존심을 노래한다. ‘흔들려도 부서질 눈빛’은 유리보다도 여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지켜내는 자기 존엄을 뜻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상처조차 ‘이슬’로 스며들게 하는 자제력과 내면의 절제, 즉 침묵의 미학을 강조한다. **“침묵이 곧 단단한 에메랄드의 품격”**이라는 마지막 행은, 말보다 깊은 존재의 무게를 전하며, 오늘날 말이 많은 세상에서 침묵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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