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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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의 새벽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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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의 새벽 공습〉
박성진 시
새벽 여섯 시,
귀를 찢는 금속음 날카롭게 울렸다
현관 너머, 검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아내가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소리쳤다
“나가지 마!”
아내의 팔을, 어깨를 껴안듯 밀쳤다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지옥이 시작되었다
말벌, 말벌, 수백 마리
내 머리에, 눈가에, 목덜미에
달라붙은 녀석들은
내 머리와 심장을 노렸다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지며
내 양손은 망치가 되어
내 머리에 침을 박은 녀석들을
송두리째 박살 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죽음이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고 있음을
그러나 아내는 몰랐다
현관 안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나는 샤워기로 마지막 의식을 치렀다
독을 씻어내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이 생명, 잠시만 더 붙들어 주세요”
응급실의 형광등 아래
나는 살아 있었다
수백 개의 침이
내 살과 머리에 남았지만
나는 살아 있다
아내는 아직도
그날 아침에 사건이
그저 몇 방 쏘인 일처럼
기억한다
내가 만든,
작은 평화 속에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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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박성진 칼럼니스트
이 시는 '사랑의 본능'과 '죽음의 기적'이 한 몸 안에 공존하는 리얼리즘 서사시다.
말벌 떼는 단순한 곤충 떼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갑작스러운 재난이며, 동시에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람 곁에 닥칠 수 있는 비극의 예고편이다.
“내 양손은 망치가 되어”라는 구절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인간 본능의 치열함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망치는 단지 물리적 방어의 도구가 아니라, ‘가장의 직감’, ‘사랑의 주먹’, ‘기도의 몸짓’으로 상징된다.
흥미로운 것은 시 전체가 단 한 번도 ‘두려움’이나 ‘절규’라는 직접적인 감정 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죽음의 순간을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절제된 묘사와 강한 이미지는 독자의 호흡을 서서히 조이면서 끝내는 “나는 살아 있다”는 선언으로 해방감을 준다.
마지막 연은 특히 아름답다. 아내가 여전히 상황의 전모를 모른다는 사실은 단순한 은폐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고통을 감춘 ‘기꺼운 침묵’의 서사다. 이것은 비단 말벌 사건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관계 속의 ‘작은 평화’와도 닮아 있다.
그날 새벽, 시인은 한 손으로 생명을 지켰고, 다른 한 손으로 사랑을 지켰다. 시는 단지 기록이 아니라, 두 손 사이에 피어난 시인의 삶의 증언이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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