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말벌의 새벽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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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의 새벽 공습 〉
박성진
죽음을 감춘 사랑,
허공을 베고 선 날갯짓, 한 줄기 핏빛 서늘하다.
잠든 꽃의 목젖 위로 꿀 한 방울 떨어진다.
저 벽 너머, 바람의 살점이
유리창을 긁는다. 아침은 아직, 창백한 부검대.
나는 그대 향한 한 마리 맹세였다.
검은빛 깃든 침묵,
벌집 속 울음은 감추고 또 감춘다.
사랑은 독보다 깊고, 더 오래 쓰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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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박성진 칼럼니스트
말벌은 시에서 단순한 곤충이 아닌 죽음을 품은 사랑의 비유다. 첫 연에서 “죽음을 감춘 사랑”은 위태롭고 치명적인 감정을 상징하며, 날갯짓조차 핏빛이라는 시어에서 사랑의 본질적 폭력성과 희생이 드러난다. 두 번째 연에서 말벌은 사랑의 화신처럼 그대에게로 날아가며, 새벽은 사랑의 죽음과 시작이 교차하는 시간으로 설정된다. 마지막 연의 “독보다 깊고 더 오래 쓰린 것”은 사랑의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지시한다.
이 시는 단순히 말벌의 새벽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해 목숨까지 무릅쓰는 사랑, 그러나 결국 상처와 침묵으로 귀결되는 비극성을 고요하고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 마리 말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처절한 사랑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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