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프랑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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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 삶은 스튜처럼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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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세상의 빛깔이 너무 달라
함께할 수 없다고 믿었던
가지, 토마토, 호박, 파프리카가
하나의 냄비 속에서 숨을 맞춘다
불은 차별하지 않는다
달큼한 것, 쌉싸름한 것,
물기 많은 것, 뻣뻣한 것
그 모두를 천천히 감싸 안는다
올리브 오일 한 방울은
침묵을 풀어주는 첫마디 같고
바질 향기는
서로의 상처를 문질러주는 말 같다
서로 너무 달라서
더 오래 끓여야 했던 우리도
이처럼 하나의 맛으로
익어갈 수 있었을까
라따뚜이 한 접시 앞에
나는 고백한다
사랑은 타협이 아니었다
끝까지 기다리는 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