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울 위하여-불멸의 문장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이어령 선생님을 위하여


《이어령을 위하여 — 불멸의 문장》


박성진 시인


당신은 사라졌으나

말은 남아 있습니다


활자보다 먼저

한 생명을 껴안던 문장,

당신은 언어의 심장으로

세상을 뛰게 했습니다


“죽음은 축제”라던 그날도

당신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반짝였지요

끝이라는 단어조차

당신에게는 시작이었습니다


말을 사랑한 사람이 아니라

말이 되어버린 사람,

질문을 던지던 사람이 아니라

질문이 된 사람


잉크보다 깊은 그리움으로

당신의 책장을 넘기면

거기엔 오늘도

우리에게 묻고 있는 당신이 있습니다


“너는 살아 있는가

아직도 궁금한 게 있는가?”


세상이 잊혀도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하나의 문장이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진실을



---


▣ 해설: 이어령, 말이 된 사람


(문학평론가 박성진)


이 시는 故 이어령 선생의 지성적 유산을 '말이 되어버린 사람'이라는 중심 메타포로 표현한다. 1연은 “사라졌으나 말은 남아 있다”는 전형적인 문학적 구조로 출발해, 이어령 선생의 영원성을 강조한다.


2연과 3연에서는 그의 생애 마지막까지 보여준 '죽음에 대한 유희적 태도'를 진지하게 되새긴다. 특히 “끝이라는 단어조차 시작이었습니다”는, 그가 보여준 영적 철학의 집약이다.


4연의 "말이 되어버린 사람, 질문이 된 사람"은 이 시의 핵심이다. 언어를 도구가 아닌 ‘존재 자체’로 살아낸 지성의 흔적이 이 구절에 압축돼 있다.


마지막 연의 질문은, 독자에게 이어령 선생이 했던 질문을 다시 돌려주며 끝난다. 독백이면서 동시에 청자에게 건네는 간절한 물음. 문학의 본질은 결국, “당신은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되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윤동주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