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의 밤, 영혼은 지휘된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한국에서 피어난 음악의 불꽃



《칼린의 밤, 영혼은 지휘된다》 — 한국에서 피어난 음악의 불꽃


박성진 시인


무대가 숨을 쉬었다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나와

불빛 하나를 마치 우주의 북처럼 울렸다


그녀는 지휘하지 않는다

그녀는

영혼을 건드린다


《명성황후》의 장검 아래 흐르던

백성의 피맺힌 아리아를

그녀는 울음으로 지휘했고


《서편제》의 눈물 젖은 소리판에서

소리꾼의 가슴을 불러냈다

그건 음악이 아니라

한(恨)의 혈관이었다


《아리랑》이 무대에 오르던 밤,

그녀는 100년의 망향을

단 세 마디로 터뜨렸다

수천 명의 관객이

숨을 참았다


박칼린,

당신의 손짓 하나에

현악이 눈을 뜨고

타악은 심장을 걷어올린다

불협의 어깨는 당신의 시선 앞에

스스로 조율된다


《모차르트》의 고독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분열까지,

서울예술단과 국립극단의 어둠 속에서

당신은 악보 위의 숨은 고통을 불러냈다

단지 쇼가 아니다

그건 의식이었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합창이었다


《팬텀》의 장막 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지막 커튼콜에서

그녀는 미동 없이

전율을 완성했다


어느 날, 나는 보았다

그녀의 손끝이

침묵마저 작곡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손끝은

ABBA가 유년의 별빛으로 남긴

Dancing Queen의 마지막 여운처럼

아름다웠고


그 눈빛은

민족의 슬픔과 욕망을

모두 삼킨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다


《불후의 명곡》《나는 가수다》의 무대 위에서도

그녀는 쇼를 연출한 것이 아니라

심장을 설득했다


박칼린,

당신은 단 한 번도 음악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늘,

운명을 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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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 해설: 한국에서의 박칼린


박칼린은 뮤지컬 음악감독, 지휘자, 예술감독, 방송음악 연출자로 한국 문화예술계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이 시에서는 그녀가 한국에서 지휘하고 음악감독을 맡았던 대표적 작품들 —

《명성황후》《서편제》《아리랑》《모차르트》《지킬 앤 하이드》《팬텀》《사운드 오브 뮤직》 등 —

각 장면 속 상징으로 녹여냈습니다.


특히 공연예술단과 방송 음악 무대,

대중과 고전을 넘나드는 칼린 특유의 감각과 통섭의 힘이

"운명을 연주한다"는 시구로 응집되어 표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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