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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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앉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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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총부리 대신 연필 하나,
엎드려 흐린 구름을 따라 쓰네.
철조망도 시의 행간을 못 넘는다,
사라진 고향은 문장 속에 숨었지.
내 어릴 적 강은 남쪽으로 흐르고
그 강물 따라 날아온 새 한 마리
나는 알았다, 저 날개의 떨림 속에
한반도라는 이름이 있었다는 걸.
분계선 위에 앉은 한 줄기 바람,
북으로는 질문, 남으로는 침묵,
시인은 질문과 침묵 사이에 눕는다.
그리고 적는다, 전쟁 없는 시절을.
여기, 총소리 없는 전방에서
나는 사랑이란 단어를 부른다.
철책 너머, 누군가 그 단어를
입술 안에서 조용히 되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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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비무장지대 앉은 시인〉**은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DMZ(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시인이 평화와 문학의 역할을 되새기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1연에서 시인은 총과 연필, 전쟁과 시의 대비를 통해 비폭력적 저항을 선언합니다.
2연과 3연은 고향과 한반도에 대한 회상과 감각적 상징(강물, 새, 날개)을 통해 민족의 연대를 암시합니다.
4연에서는 ‘분계선 위의 바람’이라는 시적 이미지로 남북 간의 긴장과 소통 부재를 그리며, 시인은 그 사이에 ‘눕는다’는 표현으로 죽음과 같은 결단을 암시합니다.
5연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시인이 고백하는 가장 인간적인 말이며, 이 말이 비무장지대 건너편에서 울림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