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귀걸이 여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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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걸이 여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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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作
어둠은 말을 삼키고
빛은 소녀의 귀에 매달렸다
눈물 한 알, 진주처럼
말하지 않아 더 또렷한 사랑
그녀는 돌아보되
우리의 시간을 응시했다
화폭 속 고요한 혁명
침묵이 만든 가장 단단한 목소리
그대, 이 한 점의 빛을
귀에 걸고 떠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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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귀걸이 여인의 침묵 — 빛과 침묵의 문학적 도약〉
박성진 문학평론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유화이면서도 시(詩)다. 박성진 시인은 이 작품을 단순히 '보는 회화'가 아니라 '응시하게 만드는 문학'으로 변환시킨다. 소녀의 고요한 눈빛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단단한 목소리”로 확장된다.
시의 첫 연, “어둠은 말을 삼키고 / 빛은 소녀의 귀에 매달렸다”는 구절은 명확하게 베르메르의 명암 대비 기법을 시어로 해석한 부분이다. 진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눈물과 시간을 상징하는 보석이다. 그것은 "말하지 않아 더 또렷한 사랑"이 되며, 존재의 근원을 함축한다.
박성진 시인의 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그것은 화폭 속 침묵에 말을 걸고, 그 정적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다. “화폭 속 고요한 혁명”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베르메르의 미학에 부여한 철학적 응답이며, 윤동주의 시정신을 잇는 고요한 저항의 표현이다.
귀에 걸린 진주는 결국 독자에게로 향하는 부름이다. "그대, 이 한 점의 빛을 / 귀에 걸고 떠나지 말기를"이라는 마지막 시구는 미학적 선언이자 윤리적 요청이다. 침묵과 빛, 회화와 시, 여성성과 시간성…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시로 통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