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트로이 불멸의 성벽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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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불멸의 성벽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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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1. 헬레네의 그림자
스파르타의 햇살이 그녀를 안았을 때
그녀는 이미 트로이의 불씨였다.
천하를 가른 한 번의 입맞춤—
사랑인가, 신의 장난인가?
세상은 그 뺨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로
타올랐다.
2. 파리스의 화살
운명은 소년의 손에 활을 쥐여주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선택하라.”
황금 사과 하나에
전쟁의 피가 깃들고
그 화살 끝은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기다렸다.
3. 헥토르의 마지막 노래
성벽 위에서 아버지를 부르던 아기의
울음이
칼날처럼 적의 가슴을 가르던 날.
헥토르여, 장대한 방패를 들어라.
그대가 쓰러진 순간,
트로이의 태양도 저물었다.
4. 아킬레우스의 분노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은
신도 가늠 못 할 광기를 낳았다.
말하지 마라, 그 분노를.
바다조차 그 발소리에
움찔하며 물러섰다.
5. 목마, 그 검은 간첩
나무로 깎인 침묵의 괴물—
인간의 간계가 신을 이기다니!
문을 열고 초대했을 때
이미 트로이의 꿈은
회색 재로 쓰러졌다.
6. 불타는 도시의 서사
불은 기억을 삼키고
눈물은 역사를 꿰맸다.
“영광이여, 너는 누구의 편이었는가?”
성벽 아래 쓰러진 이름 없는 병사들이
별들을 베개 삼아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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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월인 박성진
트로이는 단순한 고대 전쟁이 아니다.
사랑 하나가 제국을 무너뜨리고,
오만 하나가 영웅을 파괴한다.
이 시는 인간의 비극이 신화를 어떻게 낳는지를
묵직하게 증언하고자 썼다.
이 시를 통해 독자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헥토르의 의연함,
헬레네의 슬픔을 가슴속에 새길 것이다.
트로이는 무너지지만, 서사는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