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아래 피어난 꽃 이인애 시인의 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이인애 시인 꽃인가 칼인가



시 원문


《칼날 아래 피어난 꽃 이인애 시인의 시 》


월인(月人) 박성진 시


그대는

침묵으로 말하는 시인

날이 선 문장 하나

진실을 겨누고 있었지요


감정은 접고

사탕처럼 감싼 언어를 거부하며

흰 종이 위에

붉은 맥박을 눌러썼습니다


그 시는 다정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햇살을 품고 있었지만

늘 그늘의 편이었습니다


가장 날카로운 시는

울지 않는 눈에서 흘러나왔고

가장 따뜻한 시는

싸늘한 세상에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이념도 권력도

그대의 펜 끝을 꺾지 못했지요

한 자루의 시가

진실을 겨누는 검이었음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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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칼날 아래 피어난 시》는

이인애 시인의 시 세계를 ‘침묵의 윤리’와 ‘청렴한 저항’의 감수성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박성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부드러움 안에 단단함을 숨긴 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시 전체는 한 편의 짧은 전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1연과 2연은 날 선 언어와 감정 절제의 미학으로,

이인애 시가 어떠한 윤리적 절도 위에 서 있는지를 밝히며,

3연에서는 시가 ‘햇살을 품고도 그늘의 편에 선다’는 역설로

그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 시심을 암시한다.


4연은 이 시의 핵심이다.

가장 날카로운 시는 울지 않는 눈에서,

가장 따뜻한 시는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 때 나온다는 진술은,

정의로운 시란 감상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임을 환기한다.


마지막 연은 선언에서 회한으로 넘어간다.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라는 구절은

그동안 시인을, 시를, 그리고 진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시대의 집단적 부끄러움이자

뒤늦은 존경의 형식이다.


결국 이 시는 단지 이인애를 위한 헌정이 아니라,

청렴한 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뒤늦게 통감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반성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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