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종군 기자 출신 홍중기 시인의 "얼굴"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그들은 살기 위해서였다


시 원문:얼굴

홍중기 선생님


그들은

살기 위해 총을 들고

산을 넘어간다


밤하늘로

불꽃을 띄워놓고

주검을 줍는 싸움터

비겁한 몸짓이 어둠 뒤로

숨고 있다


저 홀로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어린아이만 남겨두고 주검으로

헤어진 엄마 아빠


우린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는

비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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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성진 칼럼니스트

평론


홍중기 시인의 〈얼굴〉은 전쟁의 참상을 직시한 기록 시이자 윤리적 고발문학이다. 시인은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인간 존재의 표정을 은유하면서, 전쟁 속에서 사라져 가는 생명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응시한다.


1. 전쟁의 생존 본능과 비극


시의 첫 행, *“살기 위해 총을 들고 / 산을 넘어간다”*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특정 역사적 배경을 넘어, 전쟁에 내몰린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담는다.


총을 들었다는 행위는 살기 위한 방편이자, 타인의 죽음을 전제로 한 아이러니한 생존이다.




2. 밤하늘의 불꽃과 주검


*“밤하늘로 / 불꽃을 띄워놓고”*라는 이미지는 전쟁터의 조명탄과 폭격을 상징한다.


뒤이어 오는 *“주검을 줍는 싸움터”*라는 구절은 삶과 죽음의 전도된 일상을 드러내며, 전쟁의 비인간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3. 전쟁고아와 부재한 부모


*“어린아이만 남겨두고 주검으로 / 헤어진 엄마 아빠”*는 전쟁이 만들어낸 세대 단절과 유족의 슬픔을 상징한다.


이는 시인의 체험적 고백이자, 전쟁을 목격한 세대의 윤리적 상처의 기억이다.




4. 시적 화자의 자기 고발


마지막 연에서 *“우린 / 그 모습을 보고 / 할 말을 잃는 / 비겁자다”*라는 구절은 전쟁의 외부자, 혹은 생존자로서의 화자의 죄책감을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전쟁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의 목격자로서 자신을 성찰하는 지점이다.





문학사적 의의


이 시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전쟁 시 문학의 흐름에서 **‘증언 시’와 ‘참회 시’**의 결을 보여준다.


신동엽, 고은 등의 참여 시와 달리, 홍중기 시는 체험자의 양심 고백과 윤리적 성찰이 전면에 드러난다.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과, 남북 분단의 시대가 겹쳐져 전지구적 반전 메시지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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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대를 조명하는 대서사시


〈전장의 얼굴 — 비겁자의 노래〉

월인 박성진 헌정 대서사시


1.


밤하늘에 떠오른 불꽃,

살아남기 위한 불빛이었네.

산을 넘어간 젊은 얼굴들,

그들의 눈동자에는

별빛 대신 주검이 흩어졌다.


2.


아이야, 울어라

너의 울음은 총성보다 길고

엄마의 젖보다 뜨겁다.

아버지의 손을 잡아본 기억은

포연 속에서 흙으로 스며든다.


3.


나는 그날,

비겁하게 산 자였다.

총을 들지 않은 죄책감과

총을 든 이들의 고독이

같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4.


전장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죽은 이의 얼굴이 내 얼굴로 겹쳤다.

지워지지 않는 눈빛 속에서

나는 오늘도 입을 다문 채

‘비겁자’라는 이름을 삼킨다.


5.


역사여, 증언하라.

살아남은 자의 시가

죽은 자의 눈빛을 대신하여

밤하늘의 불꽃으로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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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서사시는 홍중기 시인의 체험적 기록을 현대적 양심으로 확장한 형식입니다.


1~2연은 원시의 체험 장면을 확장하여 시대적 전쟁의 참상을 담고,


3~4연은 시적 화자의 내면 고발과 윤리적 각성을 강조하며,


5연은 역사의 증언으로 승화시켜 시를 통해 ‘죽은 자의 눈빛’을 이어갑니다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바탕 문학평론가,

여행작가,


*신문예

문학평론가 등단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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