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감성의 달항아리



감성의 달항아리


월인 박성진 시


나는 오늘도

빈 방 한가운데 달항아리를 앉혀 두었다

하얀 숨을 고르듯

그 안에 조용히 달빛이 내려앉았다


어느 날은

가난한 아버지의 손길 같아

항아리 벽에 기대어

소리 없는 기도를 올린다


“오늘 하루만,

식구들이 따뜻한 밥을 먹게 해 주세요.”

그 소망이

하얀 곡선으로 번져 간다


달빛은 아무 말이 없지만

항아리 안에서

세상의 모든 어둠을 삼키고

고요한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다


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달항아리만 더 커진다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버리고

희미한 웃음으로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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