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인류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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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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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지명(月人之名) 박성진
바람이 묻는다
너희는 무엇을 남겼느냐
숲은 쓰러지고
강은 길을 잃었다
빙하 깊은 곳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나
인류는 불빛에 취해
어둠의 은하를 잃었다
풀잎에 숨 쉬던 물방울
조용히 사라졌다
우리는 바람마저 침묵시켰고
흙과 바다도 침묵했다
낙엽 앞에 서서
태초의 숨결을 더듬는다
한때의 오만과 속도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다
숲과 강
바다와 별
그 오래된 이름들이
우리의 두 번째 심장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