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박사 지은경 시인 숨이 멎을 것 같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숨이 멎을 것 같다



지은경 시


'숨이 멎을 것 같다

나는 아마 급소를 찔렀나 봐'

****************

《지은경 시인

문학박사》


월인 박성진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시인의 시는 짧고,


"숨이 멎을 것 같다 나는 아마 급소를 찔렀나 봐"


지은경 박사의

시는 짧지만 깊은 철학과 사유를 담고 있다 평을 하기보다 해석의 시로 대신하는 것은 시인의 짧은 시 속에 감추어진 다양성을 밝히는 것이다


1,

벚꽃이 핀다

한꺼번에, 아무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의 혁명처럼

바람의 뒤통수에 불시착한 신의 숨결처럼

너는 내 심장을 조용히 찔렀다


2,

숨이 멎을 것 같다는 말은

사실

숨이 너에게 옮겨갔다는 뜻이다

네가 피어 있는 동안

나는 숨을 참고 있었다는 고백이자

시간의 호흡을 멈추고

기억의 흉곽 안에 너를 봉인한 죄


3,

너는 아마 급소를 알았던 것 같다

심장이 아니라 심장의 바로 앞

울컥, 눈물이 터지기 전의 그 부위

세상의 모든 언어가 고백으로 바뀌는 그 순간

봄의 칼끝은 꽃잎처럼 흩날리며

살고 싶다,라는 말 대신

그냥 너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4,

벚꽃이 필 때마다

철학자들은 무력해진다

칸트도, 하이데거도, 니체도

벚꽃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왜냐하면 이 꽃은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존재하게 만든다


5,

“지금 이 순간”

그 한 구절이

모든 형이상학을 밀어내고

내가 너를 사랑했었다는 기억을

현존재로 재탄생시킨다

나는 네 앞에서

벚꽃처럼 목숨을 걸고 만개한다


6,

너를 만난 봄은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는

운명의 역설이었다

미래를 살아가기 전에

아름다움으로 전부 태워버린다는 선언


7,

바람이 지나간다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지금”은 너무 짧고

“영원”은 너무 멀어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죽음이라고, 시라고

이 순간을 부른다


8,

벚꽃 아래서 숨죽이며 걷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제각각의 급소를 안고 있다

사랑의, 상처의, 회한의

그리고 아름다움의 급소

꽃은 그 모두를 찌른다

살아 있게 하려고, 잊지 않게 하려고


9,

너는 말하지 않았다

꽃이 말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전부 전해지는 언어

그것이 봄이고

그것이 너였다

그리고

내가 너를 잃은 방식이었다


10,

벚꽃이 진다

마지막 잎 하나가 떨어질 때

숨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이제

나는 네가 찌른 급소를 안다

그곳이

시가 시작되는 자리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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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요약


주제: 이 시는 '벚꽃 만개'라는 찰나적 현상을 통해, '아름다움이 인간의 내면에 어떤 철학적 흔적을 남기는가'를 다룬 시입니다.


핵심 사유: 벚꽃은 감정의 급소를 찌르며, 말없이 '존재'를 증명합니다.


형이상학적 구성: 니체, 칸트, 하이데거 등 철학자들의 언어조차 침묵하게 만드는 벚꽃의 현존 앞에서, 시인은 '말하지 않음'의 언어로 '사랑'과 '상실'을 동시에 노래합니다.


미학적 장치: "벚꽃의 급소", "숨의 이동", "심장이 아닌 그 앞" 같은 시어는, 아름다움이 때로는 칼보다 예리하게 인간을 찌른다는 감각적 표현입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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