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만추 2-,김성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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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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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순 시인
1. 하늘은 높고 푸르다
동녘에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새하얀 사리꽃이 사그라들고
내 키가 작아졌나 높이가 졸박하다
하얀 고래들이 해협을 친다
시골 노인장대 들고 홍시를 따다
남으로 가는 기러기 떼 헤아려본다
2. 불타는 단풍
뜨겁던 태양이 점점 식어가는 시월 하순
여름 내내 달밤 붉어 빨갛게 익어버린
햇살 받아 반짝이는 물결이 너무 눈부셔
아이들은 들녘의 노을 가린다
과수원길 사과바구니도 빨갛게 등 내어 달고
산과 들에 불꽃들이 춤추는 가을
3. 가을 노래
어디 음악 소리만 노래라더냐
무 닳아 얹어놓고 듣게 되는 목소리
벼 수확하는 트랙터도 풍악 울리고
고구마 캐는 아낙네들도 노랫소리 더 흥겹고
으악새 우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 소리들
모두가 구수하고 풍요로운 가을 음악대
4. 은행나무 길을 걷다
늦가을 찬바람이 분다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꽃종이
길바닥에 노란 금등이 산만하게 구른다
자동차 공무님들 정신없이 쫓아가기도 한다
손 시린 길 양쪽엔 노란 은행이 깔린다
그 한쪽에 한 연인이 서 있다 낯을 붉히고
박성진 문학평론가
가을은 시인의 마음을 가장 쉽게 흔드는 계절이다.
김성순 시인의 〈만추 2〉를 읽으면, 가을이 한 편의 시처럼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첫 장면은 맑은 푸른 하늘 아래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시골 아침이다.
홍시를 따는 노인의 모습이 평화롭다.
짧은 순간 속에서도 고요한 삶의 맑음이 느껴진다.
두 번째 장면은 산과 들을 불태우는 단풍이다.
사과바구니, 노을, 단풍잎까지 모두 불꽃처럼 춤춘다.
가을은 이렇게도 환하게 타오르며 인생의 절정을 닮아 있다.
세 번째 장면에서는 소리가 먼저 다가온다.
트랙터의 윙윙거림, 벼를 거두는 웃음소리, 낙엽 밟는 소리…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가을 음악회가 된다.
마지막 장면은 은행나무 길이다.
노란 꽃종이가 흩날리고, 길 위에는 금빛 등을 켠 듯한 은행잎이 굴러다닌다.
그 길 위에 서 있는 연인의 낯 붉힘은, 가을의 정서와 청춘의 떨림을 함께 품는다.
〈만추 2〉는 풍경을 그리면서도 계절의 성숙과 삶의 온기를 전한다.
김성순 시인은 가을의 얼굴을 붙잡아, 한 편의 시 안에서 네 번의 가을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작가 프로필
김성순 시인
2010년 시인 등단
2013년 세계적 시인 등단
2013년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출간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한국서정시 문학상 수상
2019년 충북시협 주최 시화전 외 다수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