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온 눈편지》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아침에 온 눈편지》



〈아침에 온 눈편지〉


권희수 시인


내 사랑도 하얗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오는 날에는요


내 삶도 하얗습니다

눈처럼 곱게 살고 싶은 날에는요


내 인연도 하얗습니다

설화처럼 하얗게 이어질 테니까요


내 시도 하얗습니다

유혹에 연연하지 않는 백색이니까요


시 한 편으로

누군가의 가슴을 고동치게 한다면

오늘처럼 눈 내리는 아침에는

‘사무사(思無邪)’

그대 향한 시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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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박성진 문학평론가


권희수 시인의 〈아침에 온 눈편지〉는 한 편의 시 속에

사랑·삶·인연·시라는 네 가지 주제를 차분히 겹쳐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가 주는 첫인상은 화려한 구조가 아니라

고요한 하얀빛입니다.


첫 연 “내 사랑도 하얗습니다”는

사랑을 뜨겁게 외치거나 격정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마음 깊이에서 눈처럼 조용히 쌓이는 것,

말하지 않아도 세상을 밝히는 것임을 보여 줍니다.


둘째와 셋째 연에서 시인은 삶과 인연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눈처럼 곱게 살고 싶은 삶, 설화처럼 이어질 인연.

여기에는 세속을 벗어나 순수로 돌아가려는 시인의 열망이 배어 있습니다.

권희수 시의 특징은 바로 이런 맑은 서정성입니다.

세상의 번잡스러운 소리와 욕망에서 한 발짝 떨어져,

순백의 세계를 마음으로 그려내는 힘이 있습니다.


넷째 연은 시인 자신의 문학적 선언입니다.

“내 시도 하얗습니다 / 유혹에 연연하지 않는 백색이니까요”

이 구절은 시가 단순한 취미나 감정 표현이 아니라

윤리적 태도이자 삶의 방식임을 보여 줍니다.

권희수 시인의 시는 감상적인 서정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는 시인의 자기 윤리를 품고 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등장하는 **‘사무사(思無邪)’**는

논어의 한 구절을 빌려온 말로,

“그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눈 내리는 아침처럼 잡념을 비우고,

하얀 마음으로 시를 쓰겠다는 다짐을 남깁니다.

이는 곧 권희수 시인의 문학적 신념이자,

그의 시가 오랜 시간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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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아침에 온 눈편지〉는 언어와 이미지가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서정적 울림과 시인의 삶의 태도는 깊습니다.

권희수 시인의 시 세계는 화려한 비유보다

조용히 스며드는 맑음과 단단한 신념으로 빛납니다.


눈 오는 아침에 이 시를 읽으면,

우리 마음에도 잠시 눈이 내리는 듯합니다.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사랑과 삶과 인연과 시가

한순간 순백으로 비워지는 경험을 줍니다.

이것이 바로 권희수 시의 힘이며,

현대 서정시 속에서 그의 시가 가지는 귀한 자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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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수 시인 프로필


대한민국 서정 시인


CBMC 경기남부연합회 회장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정회원


시집: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당신과 나는 같은 자리입니다》


동인지: 《시와 에세이》 9호~18호(총 10권) 외 다수


시 세계: 사랑·삶·인연을 순백의 시로 담아내는 서정 시인입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는 서정시, 그대를

향한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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