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구 시인의 8월의 나뭇잎》

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전홍구 시인의 8월의 나뭇잎》

"박성진 문화평론"


[시]

8월의 나뭇잎

전홍구 시


턱을 괴고 바라보던 나무 쪽에

당신의 얼굴 같은 잎사귀가 흔들립니다

햇살은 그 위에 편지를 쓰고

나는 하루 종일 그것을 읽습니다


생각은 줄기가 되어 입 끝에 얹히고

그립다는 말은 그늘에 앉아 있다가

문득문득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나뭇가지처럼 떨립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가 지나가도

나무는 꼭 당신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햇살도 바람도 내게는 당신이었고

8월의 하루해는 행복을 안고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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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전홍구 시인의 「8월의 나뭇잎」은, 여름의 절정에서 마주한 자연과 사랑의 교감이 얼마나 섬세하게 맞물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정시다. 시인은 단순한 ‘풍경 묘사’에 머물지 않고, 나뭇잎 하나를 매개로 ‘당신’이라는 존재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첫 연에서 ‘잎사귀가 흔들린다’는 시각적 이미지 위에 ‘햇살이 편지를 쓴다’는 감각적 은유를 덧입힘으로써, 사랑의 메시지가 하루 내내 시인의 내면에 스며드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음 깊숙이 각인된 ‘당신’의 흔적을 읽어내는 행위다.


둘째 연에서 ‘그립다는 말’은 곧바로 발화되지 않고, 그늘 속에서 잠시 머문다. 이는 그리움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여기서 바람은 ‘전달자’이며 동시에 ‘감정의 촉매제’다. 이때의 떨림은 단순한 설렘이 아니라, 나뭇가지처럼 미세하지만 분명한 진동—즉, 사랑과 그리움이 부딪히는 순간의 떨림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하루라는 시간을 되짚으며, 아무 일도 없는 듯한 날조차도 ‘당신’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고백한다. 나무의 흔들림, 햇살, 바람, 모든 것이 ‘당신’으로 치환되며, 이는 8월의 하루를 ‘행복의 완결’로 만든다. 여기서 ‘행복’은 사건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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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의 메시지]

이 시가 전하는 교훈은 분명하다. 사랑과 행복은 거창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흔들림 속에서 피어난다. 누군가의 존재가 내 하루의 바람과 햇살이 될 때, 그날은 이미 충만하다. 우리는 8월의 나뭇잎처럼, 스쳐가는 계절 속에서도 마음을 흔드는 소중한 이를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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