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의 아모르파티 시, 평론》

아모르파티

by 박성진

《아모르파티》


박성진 문화평론


아모르파티

월인 박성진 시


굳이 인류의 슬픈 이야기를

다 꺼내야 할까


전쟁과 흑사병,

타이타닉에서 코로나까지


서울 강남,

부자들이 모인 그곳은

정말 행복할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들


우리는, 나는

왜 사는가

왜 지금을 살고 있는가


나는 왜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나오는

연극 앞에서

웃음을 터뜨렸을까


“개새끼, 헤겔 개새끼야!”

쇼펜하우어의 그 외침은

단순한 욕이 아니었다


그 속엔 해학과 풍자,

미소를 잃어버린

나와 너, 우리가

함께 부르짖는 목소리가 있었다


잠시 앉아

이 순간을 행복하게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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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박성진 시인의 「아모르파티」는 무거운 주제와 유쾌한 해학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시의 서두는 인류사에 각인된 재난과 비극을 호명하며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전쟁, 흑사병, 타이타닉, 코로나… 인류의 기억 속에 깊게 새겨진 파국들이 줄지어 선다. 하지만 시인은 곧 무대를 좁혀, 서울 강남의 부와 그 이면의 불안을 응시한다. 부유함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생과 사의 전 과정이 ‘걱정’이라는 그림자 속에 있음을 짚어낸다.


그러나 시의 전환점은 연극 무대에서 찾아온다. 니체와 쇼펜하우어, 두 철학자의 대사를 통해 웃음을 터뜨린 순간, 시는 냉소에서 해학으로 이동한다. “개새끼, 헤겔 개새끼야”라는 쇼펜하우어의 대사는 단순한 모욕이 아니라, 철학적 대립과 인간적 풍자를 동시에 품은 장치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웃음의 회복이며, 절망 속에서조차 웃을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결국 시인은 결말에서 ‘잠시 앉아 이 순간을 행복하게’라는 결론을 꺼내놓는다. 이는 단순한 현재 찬미가 아니라, 비극과 불안을 직시한 뒤 도달하는 능동적 삶의 태도, 곧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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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 시는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를 해학과 숨 고르기의 리듬으로 풀어내며, 독자가 ‘웃음 속의 진지함’을 맛보게 한다. 박성진 시인의 시적 감각은, 고통을 은폐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부드러운 호흡으로 감싸 안는다.

「아모르파티」는 비극을 회피하지 않고, 웃음으로 그것을 견디며, 현재를 살아내는 고귀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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