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풍광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산속 풍광

월인 박성진 문학평론


산속 풍광


씨앗보석

김은심 시


그리 정답던 오솔길도

산새들 모여 목욕하던 개울가도

모두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적막감


흐르던 시냇물 얼음으로

한들거리던 풀잎 낙엽으로

추풍낙엽은 가득한데

쓸쓸한 산속 친구들은 어디로?

청설모 다람쥐 산토끼 고라니

다 어디로 갔나?


쓸쓸한 산골 홀로 거하는구나!

변함없는 나의 소나무

너의 사철 변함없는

그 마음만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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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詩評)


「산속 풍광」은 계절의 변주 속에서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을 고요히 응시한 서정시다. 첫 연의 ‘오솔길’과 ‘개울가’는 아늑했던 날들의 기억을 불러오지만, “고요한 적막감”이라는 한 구절이 계절의 문을 닫으며 장면을 정지시킨다.


둘째 연에서 시냇물은 얼음으로, 풀잎은 낙엽으로 변한다. 변화는 자연의 순환이지만, 시인의 시선에 비친 그것은 결핍과 그리움의 표정이다. “청설모, 다람쥐, 산토끼, 고라니”를 차례로 부르는 장면은 마치 빈 무대 위에 사라진 배우들을 호명하는 듯, 부재의 실감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마지막 연에서 시선은 변함없이 서 있는 소나무로 옮겨간다. 사철 푸른 그 나무는 시간과 계절을 초월한 견고함의 상징이며, 시인의 마음을 붙드는 의지의 표징이다. 시 전체는 조용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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