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시인-사마귀 사랑법》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사마귀 사랑법〉

多情 이인애 시인 시


양손에 움켜 쥔 서슬 퍼런 낫자루

겁도 없이 수레를 막아 선 너는

관우의 화신인가 장비의 용맹인가

곤충계의 상위 포식자 당랑거사


도대체 용감함인가 무모함인가

적에게 발각되어도 그저 느릿느릿

쉽사리 도망치지 않는 그 배짱은


사랑 앞에선 배신이란 있을 수 없다

한번 물면 결코 놓치지 않는 근성

강인한 생존본능이 차라리 처절하다


목숨을 내놓은 각오라야 비로소

단 한번 날개를 펴고 유전자를 심는

수컷의 사랑은 지고지순 애절하다


겹눈과 홑눈을 합한 5개의 눈으로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

주어진 운명에 소임을 다하며

위풍당당, 뜨겁게 세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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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철학적 사유와 역사적 서사로 읽는 〈사마귀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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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곤충의 생태적 습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서 출발한다.

날카로운 낫을 움켜쥔 사마귀가 거대한 수레 앞을 가로막는 장면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무력한 존재가 거대한 힘 앞에 맞서는 서사적 은유로 작동하였다.

이 시작은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치열한 철학적 탐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시에서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당랑거사의 고사이다. 사마귀가 수레 앞을 가로막는 일화는 고대 중국에서 무모함의 상징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무모함을 단순히 어리석음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결기, 곧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큰 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재조명한다.

시인은 관우와 장비의 영웅적 이미지를 끌어와 곤충의 행위를 장수의 용맹과 연결시킨다.

이 순간 작은 존재의 몸짓은 영웅의 품격으로 격상된다.


이어지는 부분은 곤충의 태도를 인간 윤리의 문제로 끌어온다.

“용감함인가 무모함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윤리학의 오래된 화두를 소환한다.

용기는 인간에게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무모함이 되고, 부족하면 비겁함이 된다. 사마귀의 행위는 바로 이 경계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시인의 해석은 단순한 무모함이 아니다

존재를 지키려는 충실한 행위로 나아간다.

곤충의 세계에서조차 이러한 결단이 가능하다면, 인간 세계에서도 사랑을 향한 결단은 무모함이 아니라 진실한 용기일 수 있다.


작품의 중심부는 사랑의 윤리에 관한 선언이다.

“사랑 앞에선 배신이란 있을 수 없다”는 문장은 단순한 곤충의 본능을 넘어서는 인간학적 진리로 확장된다.

수컷 사마귀는 교미 후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알고 있지만 도망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본능적 행동일 수도 있지만, 시인은 그 순간을 배신 없는 사랑의 절대성으로 읽어낸다.

사랑은 철저한 충실성이며, 자기 존재를 다 바치는 헌신이다.

이 대목에서 사마귀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삶을 내어주는 존재로 탈바꿈한다.


“강인한 생존본능이 차라리 처절하다”라는 구절은 곤충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동시에 비춘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전환될 때, 독자는 사랑이란 결국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 사회에서의 사랑 또한 단순한 감정의 교환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건 결단일 때 가장 빛난다.


특히 시의 후반부는 죽음과 사랑이 긴밀히 맞물려 있음을 드러낸다.

“목숨을 내놓은 각오라야 비로소 / 단 한번 날개를 펴고 유전자를 심는” 장면은 사랑이 단순한 본능적 행위가 아니라 자기 소멸을 감수하는 숭고한 선택임을 보여준다.

곤충의 세계에서는 교미와 죽음이 하나로 이어지듯, 인간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종종 자기희생과 결합한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는 행위, 그 안에서만 사랑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빛난다.


마지막 연은 인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겹눈과 홑눈을 합한 5개의 눈”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다층적 세계를 읽어내는 은유다. 인간이 단일한 시각으로 세계를 본다면, 사마귀는 다섯 개의 눈으로 세상을 동시에 바라본다.

이는 사랑 또한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희생과 기쁨, 욕망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합적 경험임을 암시한다. 시인은 이 다층적 시선을 통해 사랑의 복잡성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는 생태적 사실에서 출발했으되, 역사의 서사와 철학의 사유로 확장된다.

작은 곤충의 본능 속에서 우리는 혁명가들의 희생을 떠올리고, 전장에서 청춘을 바친 병사들의 헌신을 연상하며, 시대마다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이들의 결기를 느낀다. 사마귀의 사랑은 인간 역사의 사랑과 닮아 있다. 그것은 언제나 목숨을 건 결단이었고, 때로는 무모하게 보였지만 결국 세계를 바꿔온 힘이었다.


문학적 기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시의 언어는 직설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직설이 시를 장엄하게 만든다. “사랑 앞에선 배신이란 있을 수 없다”라는 구절은 서정의 속삭임이 아니라 선언이며, 선언은 독자의 가슴을 흔드는 울림이 된다.

은유와 상징은 직설과 함께 어우러지며, 작품을 단단한 구조 속에 세운다.


〈사마귀 사랑법〉은 곤충의 생태를 넘어, 사랑과 죽음, 헌신과 충실성이라는 인간학적 주제로 나아간다.

이는 단순히 자연을 관찰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를 비추는 철학적 거울이다.

작은 곤충의 본능이 거대한 사유의 장으로 확장되는 순간, 독자는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은 무모한가, 아니면 진정한 용기인가?

헌신은 헛된 죽음인가, 아니면 삶의 완성이 되는가?

이 질문들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시의 미학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위에 있다.

곤충을 관찰하며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전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재구성한다. 당랑거사의 고사와 삼국지의 영웅, 그리고 현대인의 사랑이 한 편의 시 속에서 나란히 놓인다.

그 결과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메시지를 획득한다.


결론적으로 이 시는 작은 존재의 삶에서 거대한 진실을 읽어낸다.

곤충의 사랑법은 인간의 사랑법을 비추는 거울이다. 목숨을 내놓고서야 완성되는 사랑, 배신 없는 충실성, 다층적 세계를 읽어내는 눈의 비유는 모두 독자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며, 죽음을 넘어서는 힘이고, 삶의 소임을 다하는 곤충의 삶의 행위이다.


<평론가의 한마디>

곤충, 자연,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세계는 인류사에

이르기까지

시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하찮게 여길 수 있는

사마귀, 거미의 시를 다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제시해 준 시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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