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문학박사 김민정 시인-마음 한 장》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

김민정 시조


펼치면

온 우주를

다 덮고도 남지요


오므리면

손바닥보다

작은 것이 되지요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웃고 울며 살지요


■□

이 시조를 읽으면

무언가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호흡이 느려진다.

말이 적어서가 아니라

말 사이의 여백이

사람을 서두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김민정 시인의 시조는

읽는 이를 끌어당기지 않는다.

그저 옆에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


■□

펼친다는 말의 온도


■□

“펼치면”이라는 첫 단어에는

힘이 들어 있지 않다.

열어 보이겠다는 의지도,

증명하겠다는 욕심도 없다.

조용히 손을 펴는 동작처럼

자연스럽다.

그래서 우주를 덮는다는 말도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 펼침은

가져오려는 마음이 아니라

내어줄 준비가 된 마음에 가깝다.


■□

우주는 멀리 있지 않다


■□

이 시에서 우주는

별과 행성의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려 할 때

잠시 넓어지는 마음의 폭,

그 순간의 이름이다.

덮고도 남는다는 말속에는

다 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아니라

아직 건너지 않은 관계의 여백이 남아 있다.

우주는 그렇게

삶 속에서 잠깐 열렸다가

다시 접히는 공간이다.


■□

오므림은 작아지는 일이 아니다


■□

시는 곧바로

오므림으로 돌아온다.

펼친 마음을 다시 접는 일.

그러나 이 오므림에는

후퇴나 위축의 기색이 없다.

손바닥보다 작아진다는 말은

이제 그것을

손으로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닿을 수 있고,

놓칠 수도 있고,

책임질 수도 있다는 크기다.


■□

손바닥이라는 장소


■□

손바닥은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다.

기도할 때도,

누군가의 등을 밀어줄 때도,

눈물을 닦을 때도

사람은 손바닥을 쓴다.

이 시조는

우주를 말하다가

끝내 손바닥으로 내려온다.

크게 말했던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할 자리로

조용히 돌아온 것이다.


■□

마음과 마음 ‘사이’


■□

마지막 연에서

시는 중심을 말하지 않는다.

완성도, 결론도 없다.

대신 ‘사이’가 있다.

마음과 마음 사이.

이곳은 늘 불안정하고

늘 흔들리는 자리다.

그래서 웃음도 있고

울음도 있다.

김민정 시인의 시조는

그 흔들림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함께 서 있을 뿐이다.


■□

웃음과 울음이 나란히 놓일 때


■□

웃고 울며 산다는 말은

삶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삶을 비극으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감정이 오가는 것을

삶의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인다.

이 시조의 따뜻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버티라는 말도,

참으라는 말도 없이

그저 살아진다고 말해 주기 때문이다.


■□

말이 적은 이유


■□

이 시조가 오래 남는 이유는

말이 적어서가 아니다.

말을 아껴야 할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말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추고,

설명할 수 있는 곳에서 물러난다.

그래서 독자는

시를 읽는 대신

자기 마음을 꺼내 보게 된다.

이 시는

해석보다

동행을 택한다.


■□

이 시가 남기는 자리


■□

이 작품은

삶을 크게 만들자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펼칠 수 있을 만큼은 펼치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은 오므리며

사이에서 살아가자고 말한다.

김민정 시인의 시조는

그렇게

조용히 하루에 내려앉아

읽은 사람의 마음을

넓혔다가 따뜻하게 접어 둔다.

작가의 이전글박성진 《최승대 시인-<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