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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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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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조 〈들었다〉
물소리를 읽겠다고
물가에 앉았다가
물소리를 쓰겠다고
절벽 아래 귀를 열고
사무쳐 와글거리는
내 소리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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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곧 자기 마음을 만나는 자리로 돌아온다.
물을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앉았던 시인은 결국 자기 안의 울림을 듣게 된다.
짧지만 깊은 전환이 작품 전체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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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읽겠다”는 말에는 세상을 알아보려는 인간의 습관이 담겨 있다.
우리는 늘 밖을 해석하려 한다.
그러나 물가에 앉는 순간 몸이 멈추고 마음이 먼저 드러난다.
고요를 향해 간 줄 알았는데, 고요 속에서 들리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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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에서 귀를 연다는 대목은 중요하다.
절벽은 소리가 되돌아오는 자리다.
시인은 물의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자기 울림이다.
자연은 거울이 되고 마음은 메아리가 된다.
듣는 대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듣는 자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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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의 “와글거리는 내 소리”는 자연의 소란이 아니라 마음의 소란이다.
불교에서 말하듯 바깥이 어지러운 것이 아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것이다.
물은 흐르고 있을 뿐인데, 우리는 그 위에 생각을 얹어 놓는다.
그래서 자연을 듣는 일은 결국 나를 듣는 일이 된다.
세계를 붙잡으려던 시인의 태도는 여기서 들려온다.
이해하려던 마음이 내려앉으며 비로소 알아차림까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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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들었다는 말은 물을 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마음의 파문을 들었다는 고백이다.
자연을 향해 앉았던 자리가 곧 자기에게 돌아오는 자리였던 것이다.
듣는 순간, 시는 설명이 아니라 깨달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