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문학박사 김민정 시조 ~"몰두"》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김민정 시조


〈몰두〉



생각의 입자들이

잠시

충돌한다


발설하지 못한 말과

이미 뱉은 말들 사이


달리다.

추춤거리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멈칫하는 마음의 윤리



이 작품은 무엇을 깊이 생각하는 장면을 보여 주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먼저 오는 마음의 떨림을 보여 준다.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은 흔히 집중의 상태로 이해되지만, 이 시에서는 오히려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로 나타난다. 생각이 또렷해지는 순간이 아니라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순간이다.


첫 행의 “생각의 입자들”이라는 표현은 마음을 하나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마음을 결심이나 판단 같은 한 방향의 힘으로 여기지만, 실제의 마음은 늘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다.

하고 싶은 말, 하면 안 될 말, 이미 지나간 기억, 상대의 표정까지 동시에 떠오른다.

그래서 충돌이 일어난다.

시끄러운 논쟁이 아니라 속에서만 일어나는 작은 부딪힘이다.


그다음에 등장하는 말의 장면은 더 인간적이다.

하지 못한 말은 마음에 남고, 해버린 말은 관계에 남는다.

사람은 늘 이 둘 사이를 오가며 산다.

말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말하면 후회가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하기 직전에 잠깐 멈춘다.

그 멈춤이 바로 생각의 시간이다.


마지막 연에서 움직임이 바뀐다. 달리던 마음이 갑자기 느려진다.

주춤거림은 미숙함이 아니라 이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람은 많이 알수록 빨리 말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장면도 물러남이 아니다.

처음 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자리는 이미 같은 자리가 아니다.

잠깐의 망설임이 마음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몰두는 깊이 파고드는 힘이 아니다. 오히려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생각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반복된다.

그래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돌아옴 속에서 비로소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생각의 과정이 아니라 관계의 마음을 보여 준다.

잘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심하는 사람이 되는 순간, 몰두는 집중이 아니라 배려가 된다. 그리고 그 조용한 망설임 속에서 인간의 양심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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