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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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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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인의 꿈
붉은 의자에 몸을 두고
생각은 먼저 미끄러져 간다
기울어진 목 사이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머리칼은 빛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조각들로 풀어진다
눈은 감겼는데
그 안에서 다른 눈이 떠
보지 못한 것들만
끝까지 붙잡는다
내 안의 내가
서로 등을 밀며 앉아
손 위에 손을 얹고
나를 더듬는다
가슴은 가만히 부풀어
호흡 대신
야릇한 생각이 번지고
연한 녹색이
살결을 따라 흐른다
나는 지금
한 몸으로
여러 개의 밤을 건너는 중이다
잠든 것 같지만
조금씩 흩어지고
흩어질수록
오히려 선명해진다
붉음은 식지 않고
녹색은 더 깊어지고
노란 머리칼 사이로
어떤 계절이 조용히 꺼진다
여기서는
끝이 먼저 오고
시작은 뒤늦게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아직 닫히지 못한 채
꿈의 안쪽에서
나를 천천히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