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피카소~ 꿈 "그림 속 여인의 꿈"》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박성진

그림 속 여인의 꿈


붉은 의자에 몸을 두고

생각은 먼저 미끄러져 간다


기울어진 목 사이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머리칼은 빛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조각들로 풀어진다


눈은 감겼는데

그 안에서 다른 눈이 떠

보지 못한 것들만

끝까지 붙잡는다


내 안의 내가

서로 등을 밀며 앉아

손 위에 손을 얹고

나를 더듬는다


가슴은 가만히 부풀어

호흡 대신

야릇한 생각이 번지고

연한 녹색이

살결을 따라 흐른다


나는 지금

한 몸으로

여러 개의 밤을 건너는 중이다


잠든 것 같지만

조금씩 흩어지고

흩어질수록

오히려 선명해진다


붉음은 식지 않고

녹색은 더 깊어지고

노란 머리칼 사이로

어떤 계절이 조용히 꺼진다


여기서는

끝이 먼저 오고

시작은 뒤늦게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아직 닫히지 못한 채


꿈의 안쪽에서

나를 천천히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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