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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진 May 20. 2024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유명을 달리함

윤동주


안개 낀 호숫가 임의 걸음을 잡아간다. 하얀 안개꽃무리 지어 핀 안개꽃들이 임을 보고 싶어서였다. 잔잔한 호숫가 물결 위에 환한 달빛 비취어 임의 얼굴을 보았다. 외로운 사나이 미운 사나이 다시 보던 임은 깊은 시름 하였다. 잎새에 이는 바람 그 바람 다시 불어와 괴로워 하지만 임의 시혼 한 몸에 안고, 밤을 새워 자유를 사수하는 초병이 되었다. 어두운 하늘을 지키시며 아침을 위해 또 다른 고향을 찾아가는 발걸음에 하늘도 별도 그 뜻을 모르던 그 사나이 마음만 심오하다  고요한 성품으로 결심한 그 사나이  이윽고 사랑의 큰 그물에 갇힌 채 깊이 빠져 한없이 침잠한다. 임의 아침을 맞이하려는 속절없는 사랑만 애를 태우고, 하늘도 참다못해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동주여! 동주여! 당신이 그 아침을 맞이하려 태어난 것이었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유명을 달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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