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알송알 Feb 04. 2022

봄. 봄. 봄

책을 보고 세상을 보고 나를 본다





“오늘 불참이 많네? 드레스 코드 때문인가요?”

꺄르르르르.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보가 터지는 십 대들처럼 봄봄 친구들은 잘 웃는다. 멜빌의 모비딕을 읽고 모비딕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모이기로 한 날 5명이 화면에 보였다. 후크선장처럼 애꾸눈을 한 친구, 고래 인형을 어깨에 올려놓은 친구, 두건을 한 친구가 인사를 한다. 고래는커녕 새우도 못 잡을 것 같다면서 또 웃는다. 모비딕이 소설인지 과학책인지 헷갈린다는 등, 스타벅이 기대보다 못하다는 등, 이스마엘은 원래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등 , 배를 되돌릴 기회가 3번이나 있었음에도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의 하찮음, 리더의 중요성 등등 책이야기가 깊어진다.


봄봄은  <동화읽는어른 과천지회>에서 만난 11명의 책친구들이 꾸리는 독서모임이다. 각자의 인연은 짧게는 17년에서 25년이 된다. 지금은  <동화읽는 어른>활동을 계속하는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다. 한두 명씩 이사를 가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과천에 살지 않는 친구가 더 많다. 책도 책이지만 우리는 서로서로를 너무나 좋아한다. 이러다가 우리의 인연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7년 전 모임을 만들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책을 읽는 모임이 되었다. 우리들이 주로 읽고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이책 외에도 고전, 철학,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역사 등 다양한 책을 읽기로 했다. 모임 이름은 <책을 봄, 세상을 봄>으로 하고 줄여서 봄봄으로 부른다.


7년 동안 매주 금요일에 만났다. 개인 사정에 따라 몇 달씩 빠지기도 하고, 사는 곳이 멀어 1년에 한두 번  정도 참석하는 친구도 있지만 모임은 금요일이면 항상 열린다. 지금은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 모임을 하고 있다.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끝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 위안부 할머니들 관련 문학작품들을 읽은 적이 있다. TV 뉴스와 신문기사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닿았다. 할머니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영화 귀향 펀딩에 참가하고 우리가 읽은 책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난다. 좋은 책을 알리는 책 전시회나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얼마 전에는 결혼으로 생기는 새로운 가족 - 시가와 처가에 대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해보려 <사랑한다면, 왜>를 읽었다. 우리는 조만간 사위를 들이고 며느리를 볼 나이가 되었다.


친구들은 나이와 더불어 노안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읽기를 점점 힘들어한다. 책을 며칠 동안 읽지 않아도 입안에 가시가 돋치기는커녕 밥만 잘 넘어가더라, 눈이 아파서 책읽기가 너무 힘들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앞에서 읽은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책은 읽어서 뭐하나 싶다. 그래도 함께 읽기로 하였으니 마지못해 읽는다. 읽다 보면 재미있고 즐겁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재미도 상당하다. 나는 모비딕을 처음 만났다. 친구들이 모비딕은 처음이지만 백경을 읽은 적이 있을 거라며 놀렸다. 백경도 읽은 적 없고 스스로 절대로 읽지 않을 작품이다. 혼자라면 절대로 엄두를 내지 않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매력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과 같지 않을까?


봄봄은 감동이 넘실거리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저절로 터지는 감탄사이다. “우리는 책을 보고 ,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우는구나."

그리고 나는 나를 돌아본다. 책을 보고 세상을 보고 나를 본다. 봄. 봄.봄.


친구들과 함께라면 오래오래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