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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n 03. 2024

자꾸만 아프다

#오늘의샷 #20240524 #버들마편초

버들마편초가 활짝 피었다. 모종을 심을 때 여기저기 알아본 바에 의하면 버들마편초는 7월에 피기 시작하여 10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직 5월인데 활짝 피었다. 곧 6월이니 6월에 피었다고 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3월 초 꽃밭을 정리하며 5월에 한창 예쁘게  필 것이라 기대했던 꽃은 샤스타데이지였다. 그랬는데 샤스타데이지는 키도 고만고만하고 꽃망울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동네의  바람, 햇빛, 흙, 물과  더불어 주인장의 무심한 돌봄에 꽃들이 헷갈리나 보다.


남편이 감기를 앓고 있다. 이제껏 감기는 그냥 감기다. 병원을 다녀와도 일주일, 약을 먹지 않고 버텨도 일주일이면 털고 일어나는 감기 말이다. 지금은 쉬이 낫지 않고 아프기도 엄청 아프다. 하도 많이 풀어 새빨간 코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나도 아픈 것 같다. 사실은 지난가을부터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교대로 아프다.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신분을 바꿔가며 지내고 있다. 나는 생애최초로 결막염을 앓았고 독감, 장염, 2번째 코로나, 피부염에 손가락뼈 골절까지 남편도 나와 별다르지 않다. 시골로 이사 와서 불면증도 낫고 밥도 잘 먹는다고 좋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채 1년도 되지 않아 부부가 번갈아가며 병원 출입을 하고 있으니 당혹스럽다.


이게 다 시골로 이사 와서 그렇다고 투덜투덜 대다가 나이 탓인가 싶어 시무룩하다.


“우리, 도대체 왜  이러냐?”

“이사 오고 처음엔 정리할 것,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우리가 아플 새도 없었던 것 같아. 큼직한 일들이 마무리되고 새로움에 대한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아픈 것 같아.”

“그런가? 난 잘 모르겠어. “

“아무래도 야외 활동이 많아졌고 같은 온도, 같은 바람, 같은 날씨라고 해도  체감 정도는  도시보다 훨씬 큰 것 같아.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도시의 생활습관대로 움직이잖아? 그래서 자꾸만 아픈 게 아닌가 싶어.”

“지금껏 익숙해진 자극과 달라 몸이 놀래서 그런 거다?”


우리 동네의 햇빛  바람, 흙, 물에 적응하면 괜찮아지려나. 생각하는 방식과 생활 습관이 바뀌면 나아지려나. 조금 일찍 핀 버들마편초와 늦었지만 조만간 예쁘게 활짝 피어날 샤스타데이지처럼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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