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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n 05. 2024

정상 표지석의 크기는 산 높이와 비례하나?

정상 표지석의 크기는 규격이 있을까? 아니면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인가? 정상 표지석 - 산의 정상 부근에 산 이름과 해발고도를 표시한 비석 말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헉헉대며 산을 올라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좋다. 정상에 오르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그냥 산아래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시는 오나 봐라, 아까 내려가던 그 사람은 분명 다 왔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나’ 등등 산을 오르며 들었던 온갖 잡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정상표지석 옆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나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남편과 함께 돈달산에 올랐다. 돈달산은 문경시 점촌의 ‘배산’이라고  한다. ‘배산임수‘할 때 그 ‘배산’이다.  남편이 ‘서울엔 한강, 문경에는 영강’이라던 영강은 배산임수의 ‘임수’되겠다. 영강은 점촌 도심 남쪽을 흐른다. 주택가와 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만만하게 보고 출발했다.


시작부터 계단이다. 걸어도 걸어도 계단이 계속된다.

“정도면 경사가 45도는 넘을 거야. 그지?”

“30도 남짓이지 싶은데.”

”뭐라고? 그것밖에 안된다고? 내가 보기에는 앙코르와트의 계단하고 비슷한 것 같아. 아닌가? 조금 덜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45도는 아니야. 잘 모르지만 45도 정도 되면 이렇게 두 발로 걷기 힘들걸? ”

“그런가. 보통은 산봉우리를 앞두고 오르막의 경사가 커지는데 말이야. 시작부터 이러면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싶네.”

“산이 높지 않으니 금방일 거야. 힘내서 올라가 보자.”

“……”


남편 말대로 금방이었다. 숨차고 심장이 벌렁벌렁했던 것은 나의 저질체력 때문이었으리라. 처음에 계단이 많아서 힘들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도심 주민들의 가벼운 산행으로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푸하하하하”

비석이 작아서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정상 표지석의 크기는 해발 높이와 비례해서 만들도록 되어 있나? 지금껏 내가 맨눈으로 본 정상 표지석이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거의 내 키만 했던 것 같은데 돈달산의 정상 표지석은 작아도 너무 작다. 쪼그리고 앉아 인증 사진을 찍었다. 해발 273미터의 돈달산!!!


정상 근처 돈영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자에서 점촌시내를 훑어보았다. 우리 집은 시내에 있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시골에도 시내가 있고 우리 집은 시골에서도 시골에 있다. 알면서도 괜히 우리 집을 찾아보았다. 하하하.

#오늘의샷. #20240523. #문경시 #돈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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