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들은 그를 "빵이"라고 부른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도 길냥이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는 어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마실 나온 줄 알았는데 길냥이라고 해서 놀랐다. 쓰레기봉투에 구멍을 내고 헤집어 지저분하게 만든 것도 길냥이 짓이다. 우리 집에서 내놓은 봉투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가 보이면 민망하고 당혹스러웠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느 날 우리 집 근처에서 길냥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쯤일 테다.
그는 비만이었다. 연한 갈색털을 가진 고양이이다. 엉덩이가 빵빵해서 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뒷밭에 묻은 음식물쓰레기를 뒤적거렸다. 과일껍질과 채소 다듬은 것이 전부인데, 먹을만하게 없을 텐데 왜 저러나 했다. 먹이를 주고 싶어도 어떤 것을 줘도 되는지 모르겠고 살이 너무 쪄서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길냥이들이 짠 음식을 먹어서 부은 거래요."
“많이 먹어서 살찐 게 아니고, 짠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서 그런 거라고?”
그래서 고양이 사료를 구입해서 아침저녁으로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망가고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아야만 밥을 먹던 빵이가 이제는 밥을 달라고 야옹거린다. 밥을 주면 맛있게 적당히 먹고 식빵을 굽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게 빵이에게 밥을 준지 7개월이 되었다.
"빵이가 살이 빠진 것 같은데?"
"살이 빠질 이유가 딱히 없잖아. 아기 낳은 것 아닐까?"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모르잖아"
"그러네."
"그동안 특별한 행동을 한 적은 없잖아.“
"글쎄다. 고양이 습성을 모르니... "
"짠 것을 덜 먹어서 부기가 빠졌나?"
“맞다. 그런 거네.”
"우와~나도 저염식 하면 날씬해질라나."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야옹 야옹 소리가 들렸다. 빵이에게 밥을 주고 들어왔다. 밥을 먹는 빵이의 발가락이 귀여워서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참았다. 싫어할 수도 있잖은가.. 빵이가 살이 빠진 만큼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좋아하지 않던 나도 참 많이 변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을 줄이야. 하하하
#오늘의샷 #20240614 #길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