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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n 14. 2024

우리 집 튤립 구근이 사라졌다

알뿌리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꽃밭에 있는 튤립의 구근을 수확하여 보관할 참이었다. 꽃이 지고 꽃대를 자르고도 한참이나 녹색기운을 뿜어내던 잎도 시든 지 한참 되었다. 내년 봄에 고운 자태를 다시 보려면 갈무리하여 잘 보관해야 했다가 가을에 다시 심어야 한다. 혹여 알뿌리가 다칠세라 모종삽으로 크게 흙을 떴다. 살며시 줄기를 들어 올려 살살 흙을 털었다. 어머나 세상에나. 튤립의 뿌리가 보이지 않는다. 마늘을 뽑았을 때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줄기만 덩그러니 있다. 마치 흙에 꽂아 두었던 막대기를 파낸 기분이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겼을까? 친구들이 알려주고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했는데 말이다. 차근차근 되돌아보아야겠다.


1) 4월 초 빨간 튤립이 곱게 피었다. 텅 빈 꽃밭에 일찍 피어난 꽃이라 굉장히 반가웠다.

2) 꽃이 피고 2주인가 3주쯤 되자 꽃이 시들었다.

3) 꽃이 시들고 떨어져 꽃대를 잘랐다. 꽃이 지고 씨가 맺히는데 꽃대를 자르지 않으면 영양분을 씨와 구근이 나눠 써야 한다. 구근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 꽃대를 잘라야 한다.

4) 잎은 그대로 두었다. 잎이 광합성을 통해 얻은 영양분으로 구근이 큰다.

5) 잎이 시들었다. 잎을 잘랐다.

6) 튤립을 뽑아 구근을 말려야 하는데 구근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고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았다. 시든 잎을 잘라내자마자 바로 뽑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났나? 더 지난 것 같기도 하고? 에고에고. 원래 튤립은 가만히 두어도 꽃이 피고 지고 구근이 크고 다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워낙 더운 데다 장맛비에 구근이 썩기 쉬워 캐서 보관하다 다시 심는다. 그냥 내버려 둘 걸 그랬다. 더위와 장마를 견뎌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괜히 손대어 망쳤나 싶다. 내가 누구인가. 식물들의 저승사자 아니던가.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알뿌리 하나의 가격이 1억 6천만 원 정도 했던 적이 있단다. 튤립의 인기가 높아 불기 시작한 투기 바람 때문이다. 금세 바람은 멈췄고 가격이 하락했다고 한다. 그때의 시가로 계산하면 나는 많은 돈을 잃은 셈이다. 하하하. 돈보다도 내년 봄 우리 집 꽃밭에서 튤립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다. 아직 다른 꽃들은 기지개도 켜지 않은 이른 봄에 인사를 건네는 꽃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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