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청개구리가 들어왔네. “
거실 장식장 위에 둔 종이컵으로 개구리를 잡아, 밖으로 내보냈다. 종이컵을 한 번 쓰고 버릴 수 없어 종이컵에 개구리라고 써놓고 개구리가 보일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개구리는 자신의 모습을 들켰다 싶으면 꼼짝하지 않는다. 종이컵으로 개구리를 살짝 덮었다가 들어 올리면 컵 안에 얌전히 들어가 있다. 작년 여름에 처음 거실 소파에서 보았을 때는 오두방정을 떨었다. 놀래서 소리 질렀고, 어떻게 들어왔을까 궁금해서 머리를 갸웃거렸고, 내 보낼 방법을 찾느라 부산했던 기억이다. 지금은 집안 여기저기에서 개구리가 보이는 건, 별일 아니다.
시골로 이사 온 지 벌써 1년이 지났고 두 번째 여름이다. 4계절을 살아보니 시골은 여름이 가장 힘들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그렇다. 햇빛은 뜨겁고 무덥고 오만가지 소리로 시끄럽고 ( 우체부 아저씨가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바이크를 부릉부릉 거리며 우편배달을 올 줄이야.) 쑥쑥 자라는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그 끝이 없다. 올여름도 여전히 힘들지만 작년보다 덜하다. 뭐든지 처음이 가장 힘든 법이니 자연스러운 흐름이리라.
시골살이 첫 1년, 일기를 열심히 썼다. 엄밀히 말하면 매일 쓰지는 않았으니 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썼다. 새로워서, 놀라워서, 신기해서, 예뻐서, 좋아서, 감사해서, 힘들어서, 짜증 나서, 속상해서, 불편해서 - 시골살이와 그때그때의 감정을 썼다. 귀촌도 귀농도 아니고 시골로 이사했다고 말하는 남들 눈에는 어색한 우리 가족의 시골살이. 지금 읽어보니 새삼스럽다. 내가 이랬다고?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몰라도 참 몰랐구나. 똑같은 일이 생기면 나는 또 이렇게 느끼고 행동할까? 아니겠지. 집안에서 만난 개구리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모든 것이 처음 1년과 다르겠지. 나의 시선도 기분도 감정도 반응도 행동도 다르리라. 나는 이제 계속 시골에서 살겠지만 첫 1년의 감정을 다시 느끼지는 못하지라. 시골살이 두 번째 겨울이 시작되었고 첫 1년의 일기를 갈무리하고 싶었다.
그 무렵 마당에서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 1년 동안 별 일 없이 잘 살았으니 긴장이 풀리고 매사를 조심하던 마음을 놓았는지 모르겠다. 꽁꽁 얼어붙은 꽃밭 정리를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넘어졌다. 작년 4월에 꽃밭을 시작했더니 초봄에 꽃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른 봄부터 꽃을 보려고 서두르다 다쳤다. 고작 1년 살고는 시골과 우리 동네를 다 아는 것처럼 까불었나 싶다. 부러진 손가락 뼈를 치료하고 재활하며 몇 달을 보내며 일기를 잊고 지냈다. 가끔 생각나도 이미 시기를 놓친 것 같고 일기를 쓸 때 들었던 마음이 낯설어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시골살이 첫 1년 일기가 별것도 아닌 것 같다. 당연히 남들에게는 별것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기록인데도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잘 마무리해서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그리고 큰소리로 말하련다.
시골로 이사 왔습니다.
농사는 짓지 않지만 잘 살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