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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꽉 찼다

남은 차례 음식을 언제 다 먹노

by 송알송알

우리 집은 몇 년 전부터 포트럭 차례상을 차린다.

포트럭 차례상을 설명하면 이렇다.

음식준비하겠다고 미리 모이지 않고 명절 당일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차례상은 간단하게 탕국과 나물 몇 가지와 과일, 포, 술을 올린다.
이건 맏며느리인 내가 준비한다.
다른 가족들은 음식을 한 가지씩 해 온다.
음식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내가 조율한다.
약속한 음식 외에 나도 하나 정도 준비한다.
주로 전, 떡, 불고기, 잡채, 갈비찜, 수육 등이다.
차례를 지내고 함께 나눠 먹는다.


이상하다.

다 함께 모여서 음식 준비를 하던 때보다 남는 음식이 더 많아졌다.

예전에는 내가 준비해 놓은 재료만큼만 요리를 했다.

손도 작고 음식 남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딱 필요한 만큼만 장을 봤다.

내가 얼마나 손이 작냐면,

밥을 너무 적게 해서 밥을 먹고 있는 가족들 옆에서 밥을 더 한 적도 있다.

암튼 그렇게 해도 음식은 남았는데 지금은 더 많이 남는다.

왜지?


왜 이렇게 많이 장만했냐고 하면

가족들이 나눠 먹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한다.

그런데 남은 음식을 아무도 싸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다 두고 간다.

먹는 거 버리면 벌 받는다고 어릴 때부터 교육을 쎄게 받아서리,

나는 음식을 잘 버리지도 못한다.

어떻게든 먹으려고 애쓰는 족속이다. 아이 참.

가슴이 답답하다.


설날 이후 4일째 먹고 있다.

나도 슬슬 질린다.

다른 거 먹고 싶은데 아직도 냉장고는 꽉 차있다.

우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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