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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ffle말고 whopper 주세요

앱으로 영어 공부 12일째

by 송알송알


흥미를 잃고 있다. 스픽을 이용하여 영어 공부한 지 겨우 12일째인데 흥미를 잃었다기보다 기운이 빠지고 있는 게 맞는 표현이다. 처음 며칠은 스픽으로 공부하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어려서부터 이렇게 공부했으면 내가 영어도사가 되었을 텐데,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어쩌고 저쩌고, 다 됐고 외국어 공부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데 지금이라도 잘해보자고 호들갑을 떨어놓고는 한 달도 되기 전에 위기 상황이다.


영어 공부 앱 ‘스픽’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다. 먼저 나는 오늘의 수업을 듣는다. 수업의 구성은 선생님의 설명 듣기, 듣고 따라 하기, 질문에 대답하는 복습, 롤플레잉으로 하는 복습을 한다. 초보과정을 듣고 있다. 방금 배운 것을 묻고 답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한 번에 많이 하면 머리에 다 담지 못할 것이 뻔한 데다 질릴 수도 있어 하루에 딱 1개의 수업만 듣는다.


정규 코스 수업을 마친 후 프리톡을 한다. 프리톡에는 5분 프리토킹, 10분 프리토킹, 매일 영어 한 문장, 공항에서 쓰는 100 문장, 여행영어 프리토킹, 오픽 모의고사, 사무실의 영어 대화 등등이 있다. 언감생심 내 실력에 웬 프리토킹인가 싶지만, 다행히도 자막이 있다. 아직은 영어 듣기가 잘 안 된다. 들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어느새 눈은 자막을 읽고 있더라는… 읽고 이해는 했지만 영어로 바로 쏼라쏼라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하는 말의 많은 부분이 ’Umm’ 아닐까? 대답을 기다리던 스픽은 인터넷 연결이 끊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겨우겨우 대답을 해도 이번에는 문법이 엉터리방터리다. 하는 말마다 틀렸다고 지적을 받는다. 오~ 서글프도다. 우리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은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가차 없이 때리셨는데 스픽은 그렇지는 않다. 뭔가 오구오구하며 기운을 북돋아주는 느낌이다. ’You can do it! Go ahead!’ 이러면서 말이다. 덕분에 아직은 매일매일 하고 있다.


에고 에고. 내 구린 발음을 어찌할꼬. 내 발음을 오해해서는, 내가 한 말의 의미와 다르게 알아듣고는(내가 그러라고 한 적 없다고요) 엉뚱한 얘기 하지 말고 질문에 대답을 하라고 한다. 물론 적당히 맞장구는 쳐주지만 말이다. 오늘은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롤플레잉을 했다. 나는 또박또박 천천히 ‘whopper’를 시켰는데, 햄버거 가게 주인이 된 스픽이 그랬다. 우리 가게는 ’waffle’이 없으니 햄버거를 주문하란다. 내가 햄버거 가게에 가서 와플을 주문하는 경우 없는 사람으로 보이나? 나는 다시 더 또박또박 천천히 정성 들여 햄버거를 주문했다. ‘와퍼’ ‘와퍼’ 와퍼‘ 몇 번을 반복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거 저거 요거 하면서 주문하는 것으로 끝났을게다. 내 발음이 그렇게 이상해? 스픽 쌤이 시키는 대로 연습해 보지만 잘 안된다.


영어 공부 12일째이다. 기가 팍 꺾인다. 노인이 외국어를 공부하면 기억력 감퇴를 막아주고 인지기능저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그전에 속상하고 화나고 짜증 나고 혈압 올라 풀썩 쓰러지는 것 아닌가 몰라. 아휴 참. 늦게 공부하려니 힘들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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