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 한 조각 썰어 직접 담갔어요
모과는 향이 참 좋다. 달큰한 향기에 이끌려 가까이 가서 보면, 생김새에 놀란다. 사실 그렇게 못 생긴 것도 아닌데, 동글동글하지 않아 그런가. 이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생김새는 그래도 향이 좋으니 맛있지 않을까? 맛을 보고 싶은데 한 입도 베어 먹을 수가 없다. 어찌나 단단한지 돌멩이가 ‘내가 졌소.’할 것 같다. 놀라워라.
어찌어찌 겨우겨우 과육을 한 조각 베어내어 맛을 본다. 어라? 달큰한 향기에 잔뜩 기대했건만 단맛이 전혀 없다. 신맛이 강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신혼 초에 모과청을 담근 적이 있다. 원래는 유자청을 담그고 싶었는데 유자대신 모과를 사 오는 통에 담그게 되었다. 모과향에 홀려서 유자청보다 더 낫겠다 싶었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단단한 과육에 박힌 칼이 빠지지 않아 모과를 썰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버둥버둥거리기 일수였다. 씨앗만 아니면 블렌더에 한꺼번에 다 넣어 확 갈아버리고 싶었다. 겨우겨우 모과를 썰어 청을 담그고 다시는 모과청을 만들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이웃이 모과 4알을 주셨다. 더 주시려는 것을 간신히 거절해서 4알이다. 방향제로 쓰면 되겠다 싶어 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뭔가 아쉽다. 모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으려나. 살아생전 다시는 모과청을 만들지 않기로 했는데,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이런.
오, 제 다짐이 이렇게 깨지나이까. 그래도 추운 겨울에 모과차는 맛있잖아. 모과는 비타민 C도 풍부하고 감기에도 좋고 말이야. 특히 기침 완화와 기관지 보호에 효과 있다잖아. 방향제로 쓰고는 그냥 썩혀 버리는 것보다 낫지 않나? 잠시만 수고하면 되지 싶은데 말이야. 결국 2알로 모과청을 만들었다. 4알 전부는 엄두가 안 났는데 만들고 보니 모과청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아쉽다.
오늘 드디어 모과차를 마셨다. 만든 지 4주쯤 지났다.
맛있더라. 따뜻하더라. 좋더라.
힘들었지만 조금 수고해서 맛있는 차를 마시게 되었으니 참 좋구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