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례’를 이제껏 잘못 알고 있었다. 해마다 봄이면 뉴스에서 알려주던 전국의 벚꽃개화시기 같은 거 말이다. 우리나라 남쪽에서 가장 먼저 개화한 벚꽃이 며칠 간격으로 북상하며 동네마다 차례대로 피어나는 것을 나는 당연히 ‘꽃차례’라고 생각했다.
몇 년 전부터 벚꽃 개화 시기가 뒤죽박죽이다. 군항제로 유명한 진해는 보통 4월 초에 만개했는데, 몇 년 전에는 벚꽃개화가 평년에 비해 유난히 빨라, 벚꽃이 다 지고 난 후에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된 적이 있다. 이제는 벚꽃의 개화시기가 들쭉날쭉해서 축제 관계자들이 날짜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소식도 들린다. 개화시기를 종잡을 수 없어도 동네별 순서는 있었는데, 올해는 전국에서 동시에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이게 다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싶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내온 벚꽃 사진에는 구미도, 대구도, 서울도 온통 분홍빛이었다. 물론 우리 동네 문경도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벚꽃 개화 시기가 전국적으로 같아진 게 다가 아니다. 동백,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등 제각각 순서대로 피던 봄꽃들이 순서를 무시하고 한꺼번에 피는 것 같다. 예쁜 봄꽃들을 한꺼번에 보는 즐거움도 있고 , 봄꽃이 들려주는 추운 겨울이 지났다는 알림을 들어 기분이 좋고, 꽃향기에 취하니 즐겁지만 당황스럽다. 이게 맞나? 동시에 모든 꽃들이 피고 지면 꿀벌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 꿀벌들이 먹이를 찾는데 혼란이 생기면 식물들의 번식이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먹이사슬의 근간이 흔들린다. 이것 참, 큰일 아닌가?
뒤늦게 찾아본 ‘꽃차례‘의 진짜 의미는 지역별 개화 순서가 아니라 ‘꽃이 줄기에 배열되는 방식’이었다. 벚꽃은 우산살처럼 퍼져 피는 산형꽃차례나 아래쪽 꽃자루가 더 긴 산방상 총상꽃차례를 띤다고 한다. 벚꽃 특유의 살랑거리는 분위기도 알고 보니 다른 꽃에 비해 꽃자루가 비교적 긴 구조 덕분이었다. 인공지능이 알려준 자연의 규칙을 읽으며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꽃차례’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만큼이나, 나는 그동안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문제에 무지하고 무심했다. 한꺼번에 터져 나온 꽃들의 잔치는 사실 지구가 보내는 비명일지도 모른다. 꽃이 줄기에 배열되는 방식에 규칙이 있듯이, 생태계에도 지켜야 할 차례가 있다. 전국 동시 개화라는 뉴스는 이 순서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꽃향기에 취해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