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아서 밥을 못하겠네?

레인지후드 스위치에 손이 안 닿아요

by 송알송알


레인지후드를 바꿨다. 사용하고 있던 후드의 성능이 좋지 않았다. 탱크 굴러가는 소리를 내면서 조리 중에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를 제대로 환기하지 못했다. 생선을 구워 먹거나 김치찌개를 끓인 날은 냄새가 하루 종일 집안을 떠돌았다. 아무리 맛있게 먹었다고 한들 오랜 시간 그 냄새를 맡는 것은 고역이다. 큰 맘을 먹고 성능 좋고 모양도 예쁜 레인지후드로 바꿨다.


설치 작업이 끝나고 후드를 보니 이상했다. 전원스위치 위치가 높아 보였다. 조리할 때 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리고 레인지 불을 켜고 다음에 후드를 켠다. 아니면 후드를 먼저 켜고 레인지 불을 켜든가. 어쨌든 이 과정은 의식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이 이어져야 하는데 후드 스위치의 높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될 것 같았다. 레인지 앞에 서서 손을 뻗어 보았다. 예상대로 손이 닿지 않았다. 까치발을 하고 손을 가능한 만큼 있는 대로 쭉 뻗어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후드 구매 상담을 할 때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는 것이 황당했다. 상담을 진행했던 분의 눈에는 내 키가 커 보였나? 내 비록 하체는 짧고 상체가 길어서 앉은키가 남들보다 크기는 하지만 말이다. (키가 170cm가 넘는) 남편과 아이는 쉽게 후드를 켜고 끈다. 그러니까 하자 없는 제품이라는 거다. 그래도 우리 집의 주방 총괄을 맡고 있는 내가 불편하면 곤란하다. 에구. 신체 구조상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대며 구매 취소를 하려니 난감했다. 이미 포장박스를 뜯고 설치 작업도 끝났는데 말이다. 설치하기 전에 말을 했으면 취소할 수 있었으려나.


그냥 쓰기로 했다. 후드를 별다른 노력도 없이 쉽게 켜고 끌 수 있는 사람이 식사 준비를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연기와 냄새를 잘 환기하고 조용하고 디자인도 깔끔하다. 후드 스위치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사용하면 된다. 상부장에서 물건을 꺼낼 때마다 의자를 사용해 왔으니 번거롭지만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키 작은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장단점이 뭐가 있었나? 키 큰 사람은 고속버스나 극장의 좌석이 불편하다던데,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고속버스 좌석 바닥에 짐을 두어도 앉는데 불편하지 않다. 키가 작아서, 정확하게는 다리가 짧아서인가? 반대로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키가 작아 많이 힘들었다. 어느 겨울에 키 큰 사람의 패딩 모자의 털이 내 코를 간지럽혀서 힘들었다. 그 키 큰 사람이 빨리 내리기만을 바랬다. 이불 크기는 대개 비슷한데 이불속으로 쏙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키 큰 아이들 옷보다 옷감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데 옷값이 똑같아서 억울했던 적이 있다. 같은 가격을 주고 사서는 줄여 입느라 수선비가 추가로 드는데 말이다.


또 뭐가 있더라.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걸로 보아 그냥저냥 살만 했나 보다. 남편이 ‘스텝스툴‘이라는 의자를 (재빠르게 ) 사주었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사용하는 의자다. 식탁의자를 들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어 좋기는 한데, 뭔가 아쉽다. 키 작아서 밥을 못하겠다는 엄살을 부려 보거나, 후드를 켜고 끌 때마다 남편을 호출하는 재미를 놓쳤다. 하하하.

왼손 그림 왼손 글씨 - 오른손과 별다르지 않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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