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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22. 2023

내일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무를 심겠소

스물한 번째 문경일기




나무를 심었다. 반대와 만류가 많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나는 블루베리 나무를 심고 싶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 사과나무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블루베리 나무는 사과나무에 비해 키도 크지 않고 유튜브의 고수들이 입을 모아 키우기 쉽다고 하니 한 그루 심어야지 했다. 그런데 주위의 반대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과일나무는 약을 치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등. 약을 치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등, 나무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등, 때맞춰 가지치기도 해야 한다는 등,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는 등, 비록 나무라고 해도 혹여 죽이면 마음이 좋지 않다는 등, 결국은 선무당이 사람 잡듯 나무를 죽이기 십상이라는 등등.  


반대와 만류가 많자 괜히 심통이 나서 스피노자  생각이 났다. ‘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처럼, 내일 다시 도시로 돌아가더라도 나도 나무는 심고 돌아가야겠다. 거시기 뭐시기 툭하면 기념식수도 하는데 시골로 이사 온 기념으로 나도 나무 한 그루 정도는 심어도 되지 않겠는가. 시골에 적응해 잘 살겠다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 별별 생각이 났지만 오글거려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나도 겁이 난다. 내가 누구인가? 식물들의 저승사자 아닌가. 포기해야 하나. 큰 욕심내지 않고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각오를 하고 심을 나무를 구했다. 문경시는 해마다 ‘식목일 기념 나무 나눠주기, 내 나무 갖기 행사’를 하고 문경시 산림조합은 나무 전시 판매장을 운영한다. 나무 나눔 행사는 선착순으로 1인당 나무 2그루와 꽃모종 1본을 나눠준다. 남편과 함께 1시간 넘게 줄 서서 기다렸다. 블루베리 나무는 없었지만 대추나무 3그루와 매실나무 1그루를 나눔 받았다.  블루베리 나무는 산림조합에서 열린 나무 전시 판매장에서 구입했다. 전시장에서 나무를 보니 기왕 심기로 했는데 싶어 3그루를 샀다. 처음에 블루베리 1그루만 심을 계획이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나무 부자가 되었다.


그렇게 나무를 심었다. 약을  치지 않고 열매가 열리는 만큼만 먹겠다고 하니 그럴 거면 왜 나무를 심냐고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게 낫다고 한다. 백 번 천 번 맞는 말이다. 대추나무와 매실나무는 나눔을 받아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블루베리 나무와 블루베리용 상토를 구입하는데 벌써 10만 원을 지출했다. 남편과 내가 블루베리를 1년 동안 그렇게나 많이 먹을까. 아닐 것 같다.  우리가 먹을 과일 한 알 걷지 못하면 어떠리. 꽃구경만으로 충분하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런데 주위에서 또 초를 친다. 약을 치지 않으면 꽃도 잘 피지 않을 거란다. 아이고야.


#브라보문경라이프 스물한 번째 #문경일기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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