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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Jan 12. 2023

6화. 신들의 춤사위 신명은 오르고

제2부. 떠나가는 배 꿈꾸는 다락

  이내 쟁미 노가 움직인다. 안으로 옥은 옥치(키)는 물살을 거스르며 회전을 하거나 정박을 할 때 힘에 부치는 어려움이 있어 도와주는 손이 있어야 한다, 도와주는 손, 벗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치잎이 밖으로 뻗친 벗치(벋치)인 쟁미 노다. 사공은 배의 길이만도 마흔 자 가까이 되고 너비도 스무 자가 넉넉한데 서른 자가 다 되어가는 노를 두 개씩이나 달고 가는 배에 선원도 없이 화장도 없이 오고 간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에 성깔은 있어 보여도 전혀 무섭지 않은, 때때로 왈짜패를 만나 상앗대를 엇지를 때는 금방이라도 큰 싸움이 날 것 같지만 어쩐지 싱거워 보이는 얼굴의 사공에게 건달치와 얼싸절싸 노를 젓는 넋의 형상들은 오늘, 옥치의 벗치가 되는 것이다. 

  그들이 굿마당을 놓치지 않으려 노를 젓는다. 적어도 승룡이네 권속들이 어우러져 놀던 공수 굿머리가 지나고 씻김에 들어서서 ‘에라만수 에라 대신이야 대활연으로 설설이 나리소사~’ 고운 노래 부르며 마니산 참성단에서 제를 올리던 신녀(神女)들이 하늘에 올리는 춤의 신성함처럼 하얀 옷 정갈하게 입고 백동비녀로 검은 머리카락 갊아 얹은 소희네의 굿마당으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서두르고 싶은 것이다. 두레두레 같은 권속도 있고, 초면의 권속들도 있지만 모두가 한결같은 꿈의 환락을 찾아가는 길이라, 노를 맞잡고 부르는 노 젓는 소리가 조기잡이 나선 어선들의 술비소리로 이어지는 것은 흥겨움에 취하는 신명(神鳴)이 되는 것이다.      


   사월이라 어엉차아 엉~차 

   망중살에 어엉차아 엉~차

   내고향에 어엉차아 엉~차

   찾아오세 어엉차아 엉~차 

   일락서산 어엉차아 엉~차

   해는지고 어엉차아 엉~차

   월출동력 어엉차아 엉~차

   달이솟네 어엉차아 엉~차

   아가아가 어엉차아 엉~차

   울지마라 어엉차아 엉~차

   돈을많이 어엉차아 엉~차

   벌어와서 어엉차아 엉~차

   박하사탕 어엉차아 엉~차

   사다주마 어엉차아 엉~차     


  “근디 말이여, 배도 못등 다 지내 왔고, 노젓는 소리 우리네들 가슴 다 적셨는디……어찌 뭔가 허전헌디이……. 빈손으로 가야쓰까?”

  “긍게 말이여이.”

  “맞으러 가자고 부르는 양은 뭐라도 덕이 되고 복이 되고 자운 것일 틴디……, 여엉 거시기헌디이.”

  “복 태워주고 덕 실어주면 되겄지.”

  “그리도 면전인디……, 우덜 모십이 이승 사람 눈에 비치든 안 헐 것이지만 감은 있고, 김은 서릴 틴디, 염치가 좀 없겄는디,”

  “그라믄 저마포 들고 오는 선영조상을 불렀싸닝게 없는 손에 조구라도 술비(조기잡이)소리 섞어 몰고 가볼까나?”

  저들끼리 공론이 길다. 다시 그리워지는 시간 속에는 닦이지 않은 무엇이 있어 잘 풀리지 않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리라는 짐작이 선 탓이다. 

  “거어, 맥놓고 앉아 있는 망자님들, 맥추어 올리고 사방에 둘러봐서 소리 나는 뭣이라도 있으면 뚜댈겨보시오. 반주가 있어야 소리가 나오제.”

  “사공, 거어 꽹매기나 북 같은 것이 있을랍디여?”

  “밑이 칸에 가보시오. 거 가보면 젓집(잡은 조기를 보관하면서 작업하던 공간)도 있고, 투시칸(멍에와 멍에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밥을 짓는 공간)도 있을 것이요. 뒤져보면 어느 구석에선가는 ‘나 여기 있소.’ 허는 것 맹이로 쏙쏙 비집고 나올 것이요.”     


  어느새 혼령 태운 저승의 구역을 벗어나 이승의 구역으로 돌아드는 바다 가운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둥 둥 둥~ 두두둥 둥 둥~~’ 북소리 울려 퍼지고 ‘깨개갱 갱갱 깨개갱 갱갱 ~ ~’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리두리 앉아 있던 혼령들도 하나둘씩 일어서고 이내 혼령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서는 뱃마루에는 흥겨운 타령이 ‘지화자 좋네 ~ 에허 어허 ~ 지화자 좋네 ~’ 소리가 긁어내는 소리로 올라온다. ‘따당땅 땅땅 ~’ ‘에허 어허 지화자 좋네~’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은 혼령, 잠방이라도 깨끗하게 차려입은 혼령, 하얗게 늘어진 석 자 수염을 꺼덕거리며 일어서는 도포 입은 혼령들이 이리저리 어울려 서서 손을 흔들어대며 춤사위를 피워 올린다. 아래 칸에 모여 앉아 내외를 하던 여인 혼령들도 모두 갑판 위로 올라와 흔들흔들 춤사위를 만들어낸다. 춤이랄 것이 별것 없는, 그저 손이나 어깨 위로 올리고 구부정한 몸에 다리나 궁둥이에 붙여 올리며 흔들어대는 것이지만, 솔솔 풍겨 올라오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신명임에 틀림없는데,

  “아따 근디 말이여, 북도 있고 꽹매기도 있는디 말이여, 장구가 없잉게 여엉 가락이 안사네에.”

  “나 참말로, 이런 판 속이서도 찬밥 더운밥을 가려버릴라고 그러네이.”

  “그럴 것 뭣 있당가? 정이나 서운허먼 저기 오라고 불러쌌는 무녀네 서방놈 장구 장단이라도 끌어다 붙이세.”

  “그러세, 그리여.”   

  

   지화 좋네 에 허 어 허 ~

   지화자 좋네 지화자 좋네

   에허 어허 ~ 지화자 좋네

   어허어~ 

   (깨개갱 깨개갱 깨개갱

   깽깨 갱깨깽~ 좋제!

   깽깨 갱깨깽~ 좋다!)


   갈바람 불었다 갈바람 불어

   칠산바다에 갈바람 불었다

   지화자 좋네

   에 어 허 어~ 지화자 좋네

   (갱 깨갱 갱 깨갱 깨깽깽~  좋다!

   깨갱 갱깨갱 깽깨갱~  좋다!)


   바람이 불어서 뱃길을 열었다

   바람이 불어 고깃길 열렸다

   지화자 좋네 에허 어허 ~

   지화자 좋네

   (깨 개갱 깨개깽~깨개갱~ 좋다!

   깨갱 갱 깨갱~깽 깨갱~ 좋다!)


   칠산바다에 들어온 조구야

   우리 배 그물로 다 들어오이라

   지화자 좋네

   에어 허어~ 지화자 좋네

   (갱 깨갱 갱 깨갱 개 깨갱~  좋다!

   깨갱 갱깨갱 깽깨갱~  좋다!

   땅당땅땅다다당땅당~~땅)


   뱃동무들 

   예 ~

   칠산바다에 조기잡이 가게 그물 실세

   예 ~

   (깨개개개개갱 ~갱개갱개갱개갱개)

   우여우여우여 워이워이워이~~     


   어이야 술비야

   어이야 술비야

   어 허 어 ~ 술비야

   어 허 어 ~ 술비야


   우리 배 그물은   어이야 술비야

   삼천~ 발이요     어허어~ 술비야

   남의 배 그물은   어이야 술비야

   오백 발이로다    어허어~ 술비야

   이제 나 가면은   어이야 술비야

   언제나 올거나    어허어~ 술비야

   망중살 되면은    어이야 술비야

   돌아 올란다      어허어~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기야 술비야  어 허 어 ~ 허 ~

   어이야 술비야  어이야 술비야

   이 그물 실어   어 허 어 ~ 허 ~

   돈하고 사면은   어이야 술비야

   우리 배 배임자  어 허 어 ~ 허 ~

   어깨춤 추고     어이야 술비야

   배임자 마누라   어 허 어 ~ 허 ~

   궁치춤 춘다     어이야 술비야

   어기야 술비야   어 허 어 ~ 허 ~

   어이야 술비야   어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여차 술비야  어여차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앵피리도 걸려주소   어야 술비야

   장대 빡대도 걸려나 준다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야 술비야

   어여차 술비야  어야 술비야     


  잘들도 노는 풍경이다. 모두가 살아온 고향이 다르고 불려 가는 곳도 다르다. 살아온 삶의 풍경도 모두 다른 혼령들이 어찌 이리 잘들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을 만들어내는가. 참으로 놀라울 일이다. 북, 꽹과리, 징, 장구만 있으면 함께 어우러지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한 가지로 맺어지는, 어쩌면 동심결일지도 모른다. 이제 어우러짐의 마당은 각자의 것이다. 해남으로 가는 넋, 목포로 가는 넋, 진도로, 조도로 각기 저마다의 태생으로 모여들 가겠지만, 모든 넋들이 하나가 되어 노를 젓고 술비소리 끌어올려 방어소리 대냉기는 양은 선영조상으로 제석거리 돌아드는 길목에서의 체면이겠지만…….

  이제 배는 또 한 척의 거룻배다. 웬만한 오막살이 못지않게 덩치가 큰 닻배지만 그 배에 실려 후손들을 찾아가는 혼령들에게는 거룻배가 필요하다. 꿈꾸는 다락, 뒷바람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흰 광목을 돛으로 펼쳐들 여유가 없고, 얼굴을 스치며 머리카락 산발시키는 앞바람이 불어와도 긴 장대 노를 달지 못하는 배라 해도, 초록빛 구름이 이는 쪽잣여울 같은 거센 물살을 가로질러 가는 혼령들에게는 그만의 칸, 그녀만의 방이 필요한 것이다.           



*대문사진: 조도닻배놀이(광주문화방송 신얼씨구학당 174회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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