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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Mar 09. 2023

8화. 해탈의 마당에 생명의 씨앗을 심어

제3부. 기다리는 여심, 환생

  정읍네 소희는 혼백함(魂魄函)을 만든다. 각자의 몫으로 옷 한 벌씩을 받아 입고 떠날 선영조상들을 씻기기 위해 영대를 세운다. 맷방석 위에 가운데가 푹 파인 또아리를 놓고 놋그릇을 얹는다. 살았을 적의 그릇보다 두 배나 큼직한 그릇 안에 선영조상의 넋을 담는다. 천문이가 제 아버지 백수에게서 배운 대로 가위를 돌려가며 오려낸 넋의 형상을 그릇에 담고 며느리를 불러 목욕비를 놓게 하더니 뚜껑을 덮는다. 그 위에 또아리를 얹고 가마솥뚜껑을 얹는다. 사람의 형상으로 세워진 영대 앞에서 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신칼을 지전다발의 손잡이 구멍에 끼우고는 ‘가자서라 씻김정산으로 가자서라 우도영산 좌도영산으로 으으음~ 으으으음~ 가자서라’ 씻김 목욕을 청한다. 조상 전에 밝힌 촛불들이 한 치의 굽힘도 없이 꼿꼿이 타오르며 밝게 빛나는데, 굿잔치를 준비한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씻굼 목욕의 장으로 나려 온다. 이미 신조상 구조상들이 둘러앉아 하나씩 운감하며 맛을 본 음식들은 접시접시마다에 놓여 있으나 어쩐지 가시는 길 출출할 때 드시자고 봉지 봉지 싸놓은 듯 몫몫으로 놓여진 듯 보이기도 한다. 

  정읍네 소희는 동서남북 방향을 잡고 중앙을 기준 삼아 솥뚜껑을 두드리며 육십갑자에 매인 영가들을 모두 불러 차례를 정한다. 모씨 가문 선영조상 모씨 가문 선망조상 삼오칠백 영가혼백 삼오오백 영가혼백 천고학생 죽은 신위 청춘남자 청춘여자 영도정자 대도정자 모두 나와 누덕철망 금사망 같은 더러운 것들 부정한 것들 모두 훌훌 벗어던지고 미련 없이 돌아서서 극락 가자고 청배 한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영대를 두드리며 지전 다발로 씻어낸다. 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신칼의 단호한 의지를 착착착 소리 나게 세우며 순서를 정한다. 가난밖에 물려준 것이 없다고 스스로 자책하던 조상들이다. 빈손으로 찾아와서 차려놓은 음식들을 먹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술비노래 부르고 방어소리 부르며 대냉기 해오던 어른들의 신(神)령(靈)됨으로 입춘노적을 붙여주며 경계 사이로도 덕담을 내리시던 조상들에게 차례차례 목욕을 하시자고 소리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 나라가 편해야 신하가 편해. 그러니 웃대 선망조상부터 차례차례 제 차례로 손길 잡아 오시어서 목욕하고 극락가자~’고 극진하게 소리말을 한다.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 천문이의 바라지 소리가 들려온다. ‘딱 따따따 딱 덩 딱 따따따따~따라라 딱 따~~’ 장구 소리가 들려온다. 낭창거리며 흐드러지던 장구소리는 이제 한풀 꺾인 소리로 낮게 들려온다. 얼굴빛도 지친 기색이 완연하다. 한참 신명이 오르던 순간들은 이제 떠나온 자리로 돌아가야 할 선영조상들 씻김의 자리에서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떠나온 자리로 되돌아갈 조상님네들을 배웅하려는 씻굼에 아쉬움이 갈마드는 심사를 도저히 고인(鼓人) 따위의 마음으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어쩌면 조아림으로 조상님들의 심기를 살펴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시작의 줄기를 잡을 수조차 없이 웃대에서 아래로 아래로 받들어 내려온 세습무가(世襲巫家)의 몸에 밴 습덕(習德)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읍네 소희의 손이 쟁반에 놓여진 쑥물 향물 정화수 그릇에 닿는다. 신칼을 그릇마다에 가져가 일러주고 사람이 생겨날 적 집자리에 탄생할 적 목욕 없이 클 수 없고, 정부부 정사랑 첫날밤 만날 적에 목욕 없이 만날 수 없으니 소년이나 백발이나 황천길에 가실 적에 모두 쑥물로 향물로 정화수로 벗고 가자고 일러준다.

  무슨 인연일까? 전생의 어느 고(苦)에서 연(緣)을 맺어 나온 연분인가, 도대체 알 수 없는 인연의 법으로 만나 씻김 자리에 나왔는가,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의 업앓이일지도 모르는데, 


  “어이, 정읍네, 자네 소리가 어째 그리 서럽게 들려오는가 모르겄네. 내 이곳에 불려오는 영광을 입었을 때 자네의 이끌림을 받아 왔는데 이제 새벽이 다 되어 되돌아가야 한다하니, 어쩐지 목이 메이고 가슴이 답다압허네.”

  “음식상을 거하게 받고 술대접 받음성 춤을 추고 놀 때 지금의 이별이 있을 것을 짐작 못한 바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너무 푸지게 놀았던가. 또다시 이별을 눈앞에 두고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자꾸 설운 생각이 드네. 정읍네 자네  생각은 좀 어떠신가?”

  “고마운 마음 이루 말헐 수 없제. 물론 굿잔치 벌이자는 주장이야 우리네 권속 저 어여쁜 며느리지만 말이여, 지도 먹고살기 팍팍헌디 자꾸 질척거리고 한 번에 될 일도 두 번 세 번을 거쳐야 포도시 이루어지고, 그것도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게  삐걱대고 어긋나니께 성가시고 애가 닳아 안 뒤주 헐고 바깥 뒤주 헐어 이 잔치를 마련했는디이……. 사람들이 어디 다 안당가. 자네 서방님 천문이 장구 휘갈기고, 자네 시아재들 아쟁 켜고 젓대 불고 태평소 불어 흥을 돋과주면 죄갚이 고된 시달림에 녹초가 되어버린 몸과 정신이 툭툭 털고 일어나 개운해진다는 것을 어디 사람들이 알겄는가? 그렁께 이런 자리 와서 놀아본 우덜이나 알제. 근디 어째 자꾸 서럽고 무선 생각이 드능가 모리겄네.”

  “그만들 하시오. 저 사람 저녁내 밤새 춤추고 노래허고 달래줬는디, 그만 허면 됐지 뭘 더 바랜답니까? 염치가 있어야제 말이요. 그것도 모자라서 옷까지 마련해놓고 쑥물 향물 발라 씻어주고 정화수로 닦아준다는디 얼른얼른 차례 지켜 받읍시다. 사돈네 집안 권속들이야 저 며느리가 그냥 며느리지만, 우리 권속들한티는 딸내미요. 낳은 정 기른 정 다 내려놓고 시집을 보내놓고 고생할까 안타깝고 시집 식구 눈치보고 아파할까 노심초사 헌 날들이 부지기수요. 근다고 배불리 먹이고 좋은 옷 입혀서 호강 시켜본 일은 우리도 없이 산께 못했지만……. 그리도 넘의 집에 지 혼자 몸으로 들어가서 자식 낳고 산 세월을 생각허면 누가 뭐라 안 해도 가슴 먹먹헐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그래, 가기 싫다고 띵깡이나 부리고 앉았으면 어떻게 헌다요? 상 챙겨준 보람도 없이 말이요. 싸게싸게 줄 섭시다.”

  “아따 젠장맞을 입바른 소리는 팔월 땡볕만큼이나 짱짱허시.”

  “정읍네 저 사람이 안 그러요? 북망산천 가기 싫은 것 알고 있고, 서러울 것 안다 허지 않소?  소동파 죽어지니 적백놀음이 허사요 제갈공명 죽어지니 사통천문이 허사라고 허지 않소. 게다가 불러준다고 누군지 일일이 알 수 없겄지만 천리접종 송건이는 휘양남에 죽어 있고, 남중일색 호충선이 대장성도 죽어 있고, 황후 불러 눈치 하니 순임금도 죽었다고 말허는디 더 볼 것 있다요? 우리 같은 객들이야 황천객이 되었다고 특별히 서러울 것도 없을 것 같응게 닭 홰치는 소리 들려오기 전에 얼른 얼른 합시다.”    

 

    이것은 쑥물이요 쑥물로 목간하자

    쑥물로 목간하여 비린내도 벗고가세 약내도 씻고가자 

    땀내도 벗고가세 비린내고 씻고가자 누린내도 벗고가자

    땀내 약내 다 벗고가자


    아무리 쑥물이 좋다한들 향물 만큼 좋을손가

    이것은 향물이요 향물로 해갈하자

    향물로나 목간하며 도산지옥을 면해가세 화탕지옥을 면해가자 

    한빙지옥을 면해가세 발설지옥을 면해가자

    철산지옥을 면해가자 추해지옥을 면해가자

    좌마지옥 다 면하소사~~


    쑥물 향물이 좋다한들 정화수만큼 졸을소냐 

    정화수로 목간하자 정화수로 해갈하면 

    오구 간신 면해가세 드는 간신 면해가세 

    심장 녹든 간신이야 간장 녹든 간신이야 애 녹던 간신이야     


    현관문 열고가자 중간문도 열고가자

    중고깔 벗겨다가 부처님전 시주하고

    나무고깔 벗겨다가 산신님전 받쳐놓고

    정고깔 벗겨다가 용왕님께 바칩시다

    씻김 천도 가자서라

    쑥물로 목간하자

    향물로 씻고가세 

    정화수로 벗고가자


  정읍네 소희가 쑥물이 담긴 그릇을 손에 들고는 액살 그릇에 불 밝힌 촛불 위에 세 번을 돌린다. 귀얄에 물을 묻혀 솥뚜껑 위에 싹싹 돌려 펴 바른다. 그리고는 선영조상들이 입고 갈 옷을 덮은 창호지 위에 펴 바르며 땀내 약내 비린내 누린내를 다 씻어내고 벗어내고 가자고 청한다. 석구네 방울 흔들어 신을 부르는 말들을 읊어가며 접신이 이루어졌을 때 오만상을 써 가며 왝왝 구역질을 하고, 꺼억 트림을 하며 “으메, 조상 중에 약 먹고 간 조상이 있는 가부다. 트림이 올라와싸서 비위가 틀어징께 사람 죽겄네에.” 하며 구설을 하는 것도 다 쑥물로 씻고 벗고 가야 할 냄새인 것이다. 인간살이 하고 많은 날들 속에서 가릴 것 없이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먹고 말하고 행동한 것들이 죄가 된 것이다. 누가 알랴. 다만 명부전에서 너를 한 번 돌아보자, 네 삶의 자리를 한 번 돌아보자고 비추는 면경 앞에서 낱낱이 도드라져 나오는 것이니, 알도살도 못한 것들이라고 핑계거리를 찾아대 봤자 공허한 메아리 되어 흩어져버리고 말 것이 아닌가. 그것을 씻어내고 닦아내자며 귀얄에 물을 적셔 닦아주고 씻어내 주니 그 공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천문이를 따라 아낙으로 살아오는 동안 등 뒤에서 받아온 멸시와 천대는 누가 무엇으로 갚아줄 것인가. 이것 또한 빚을 지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덕누덕 묻은 죄와 부정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 오구시황님의 일곱째 따님이신 버리덕이 공주의 심성을 물려받은 현신으로 보고 맡길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쑥물이 좋다한들 향물만큼 좋을소냐 이것은 향물이요 향물로 해갈하세 소리하며 손  잡아끈다. 귀얄에 묻은 향물을 평생 밥 지어먹고 살아온 솥단지 뚜껑에 적셔가며 해갈을 시킨다. 액막이 액살 그릇을 돌릴 때 제일 먼저 사람의 머리 한중앙 정수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가마솥의 뚜껑은 넋의 머리를 상징하는 것이니, 동서남북 네 방향을 잡아가며 중앙을 향해 적셔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귀얄에 향물 듬뿍 적셔서 창호지 위에 펴 바르며 오구시황님 외손 발복하시어 외손들에게 명부전 전장하시던 열 곳의 지옥을 면해가자고 청한다. 도산지옥을 화탕지옥을 면해 가고 좌마지옥까지 다 면해 가자고 손잡아 끈다.

  쑥물 향물이 좋다한들 정화수만큼 좋을소냐 정화수로 목간하자고 원을 한다. 귀얄에 묻힌 정화수로 솥뚜껑을 닦아내고, 다시 귀얄에 정화수를 묻혀 창호지 위에 뿌린다. 착 착 착 뿌리고 탁 탁 탁 점을 찍듯 귀얄에 적신 물로 창호지 위를 적신다. 그리고는 오구 간신, 드는 간신, 심장 녹든 간신, 간장 녹든 간신, 애 녹던 간신까지 모두 면해 가자고 청한다. 잠시 앉아 콩 꼬투리만 까는 동안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오고간다. 콩나물 한 주먹을 추려서 씻어내고 삶아내는 동안에도 실체조차 없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나고 든다. 그것이 언제 적 일인지도 가물가물한 것들이 문득 생각의 망에 걸려들어 분노하게 하고, 욕지거리를 뱉게 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망상, 번뇌 그런 것들이 사람을 불현듯 죽게도 하고 살게도 한다. 현실에서는 차마 할 수 없는 것들을 순식간에 해치우게 하고, 현실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스스로 일어나게도 하며 스스로 애간장 녹게 만든다. 집착, 사랑이라 말하고 모든 것을 덜어내어 너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색을 내지만, 그러나 그것은 철저히 자기 자신의 욕망이고 허영인 것을 모른다. 망상과 집착 그리고 욕망들이 한데 엉겨들어 춤추고 까불어대는 마음 안에서 심장은 불타오르며 녹아내린다.

  정읍네 소희는 그런 모든 마음 속 더러운 검불들을 눈덩이처럼 만들지 말고 쑥물보다 좋고 향물보다 좋은 정화수로 씻어내고 가라고 이른다. 이미 산 사람이 아닌 혼령들에게 하는 주문인데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이르는 말로 받아들이고 위로받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살아서든 죽어서든 모든 괴로움의 시작은 마음이기 때문이리라. 아무 것도 없는 순백의 결로 태어나고도 살아가는 동안 새까맣게 물든 사람들, 그것이 죄의 덩어리인 것을 모른다. 그것을 물로 씻어내는 여자 정읍네 소희의 손길이 창호지를 걷어 접는다. 홑이불처럼 덮고 있던 종이에 묻어난 죄의 물을 거두어낸다. 씻김은 길고도 먼 길, 혼자서 걸을 수밖에 없는 길이다. 면경에 비친 자신을 타인의 눈으로 보고서 판별해야 하는 것이다. 남은 알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 홀로 빚어낸 모든 것들, 꽁꽁 숨기고 스스로 망각해버리면서 모르는 척 딴전을 피웠던 모든 것들을 명부전에 걸린 업경(業鏡)은 다 알고 있다지…….


  정읍네 소희가 쑥물로 목간하자 향물로 씻고 가자 정화수로 벗고 가자 청하는 소리를 하며 혼백함을 꺼낸다. 솥뚜껑을 들어내고 괴고 있던 또아리를 들어내고 혼백함 그릇을 손에 든다. 그리고는 괴얄에 쑥물이고 향물이고 정화수를 차례차례로 바르며 씻기고는 문을 열어간다. 혼백함에 묶여 있는 선영조상들을 문을 열어 깨끗한 신으로 맞아 극락왕생 천도를 시키려 준비를 한다.    

  

    첫 문은 염왕문이요 두차문은 허문이요 세차문은 초개문 

    네차문은 시황천문이요 다섯차문은 동국합창문이요 여섯차문은 금강문이요 

    일곱차문은 옥경문 여덟차문은 팔장문이요 아홉차문은 수군문이요 

    열차문은 불성시황사문이라~ 그 문 안에서 사재와 모든 지옥을 다 면하시고 나오소오사~~     


    신이여~~신이로구나~~ 외치며 맞아들인다.   

   

  하얀 물결 굼실거리는 지전다발을 흔들어 혼백함을 소재하고 행주로 둘러가며 닦듯이 닦아낸다. 정읍네 소희의 손에서 닦여지는 혼백함 놋그릇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금빛 물결 찬란하던 신칼은 지전다발에서 뽑혀 나와 혼백함을 톡톡 두드린다. 곧이어 소희는 손을 밀어 톡 치며 며느리의 손으로 양가 선영조상들의 넋을 받아들게 한다. 천문이의 장구가 ‘덩 떠르르르 지긍지긍지긍 덩 떠르르르르~~지그지그지그~~덩 더르르~덩~’ 눈물을 쏟고, 천수의 아쟁이 통한의 강을 건너 해탈의 마당으로 내려선다. 드디어 양가 조상들 모두 두텁게 쌓였던 죄업을 다 씻고 지옥의 문을 빠져나와 신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아아아 헤에요 아아아에헤요 천근이야 천근은이야~~아아아 에헤요~~     


  하늘에 뿌리를 두는 것이 근본이라고 한다. 마당에 둘러앉아 석별의 정을 나누려는 이웃사람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아아아 헤에요 아아아에헤요 천근이야 천근은이야~~’를 따라 부른다. 천문이와 천수, 종수와 석구네가 모두 입을 모아 ‘아아아 헤에요 아아아에헤요 천근이야 천근은이야~~’를 부른다. 통한의 강을 건너 해탈의 마당으로 나온 신령스러운 옛사람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밥주라, 노자주라, 큰 굿해주라 헐 것이요

    오늘날 자식들 덕택으로 누덕철망, 금사망

    객사 액사도 다 면하고 저승왕 저승지옥

    저승간신, 저승동갑, 저승사제도 모두 여의게 해주었으니

    아아아 헤에요 아아아에헤요 천근이야 천근은이야~~     


  모든 원당 한당 다 풀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며느리 자손 아들나리 자손 모두 모두 무사태평 만사형통 소원성취 하라고 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허리를 숙인다.      


    헐벗은 사람 옷을 주어 구난공덕 선업을 쌓으라고 입춘노적 다시 붙여주고

    배고픈 사람 밥을 주어 아사구제 선업을 쌓으라고 입춘노적 다시 붙여주고

    목마른 사람 물을 주어 급수공덕 선업을 쌓으라고 입춘노적 다시 붙여주고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선업을 쌓으라고 입춘노적 다시 붙여주고

    좋은 밭에 원두 심어 행인해갈 선업을 쌓으라고 입춘노적 다시 붙여주고

    높은 산에 법당 지어 중생공덕 선업을 쌓으라고 입춘노적 다시 붙여주고     


  이제 갈 때가 되었노라고 천근 노래를 부르며 일어선다. 며느리의 몸 구석구석 쌓인 눈물의 흔적들을 닦아주고, 당대 자손 발복 염원을 담아 생명의 꽃 씨앗을 심는다.   



*대문사진: 씻김 일러스트(중앙일보 김회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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